[커버스토리] 고유가·지진 특수 해외건설 '신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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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외건설업에 제2 중흥기가 오는가.

국가 경제회복에 힘입어 우리 건설업체들의 해외 신인도가 높아지면서 해외건설 수주시장 곳곳에서 청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수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 수주공사의 내용도 우리가 돈을 대는 개발형이나 대그룹들의 해외 자체공사에서 탈피, 외국기업과 경쟁해 따낸 순수 도급공사 위주로 바뀌고 있다.

이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플랜트 공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해 수익성 차원에서도 좋은 징후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주고 있는 최근의 유가 상승세도 해외건설 시장엔 호재로 등장하고 있으며 터키.대만 지진사태, 리비아에 대한 유엔제재 해제 등도 해외건설 물량을 늘리는 데 플러스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9월 현재 해외공사 총 수주액은 지난해 전체 수주고(40억5천5백만달러)보다 68.8% 증가한 68억4천4백만달러를 기록했고 이런 추세라면 연말엔 1백억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최고기록이었던 97년의 1백40억달러에는 못미치지만 외환위기를 완전히 탈출하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할 때 매우 고무적인 일로 분석된다.

◇ 어떤 공사를 땄나〓올해 큼직큼직한 대형 플랜트 공사를 많이 따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공사로는 지난 3월 SK건설이 수주한 멕시코 마데르 정유공장 건설공사로 공사금액이 무려 9억2천9백만달러.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공사다.

아직 공식적으로 수주실적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이 주계약자로 선정돼 브라질 정부와 서명식까지 마친 브라질 정유공사도 1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의 이란 유전개발공사도 8억2천만달러짜리고 현대건설의 사우디아라비아 송전선 공사, 한국중공업의 인도네시아 시비농 시멘트 공사, 대우의 리비아 벵가지 북부복합화력 공사 등 건당 2억달러가 넘는 대형 공사들이다.

1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플랜트 공사만도 10여건에 이른다.

◇ 수주 공사 내용이 좋아졌다〓해외공사 수주고가 제일 많았던 97년의 경우 우리가 돈을 대 공사한 개발형 사업비율이 전체의 20%를 차지했으나 올해 들어 3.6%로 떨어졌다.

나머지는 안전하게 돈을 받는 도급형 공사들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히는 플랜트 공사 비율이 97년 35%에서 올해 63%로 높아져 수익성 공사가 그만큼 늘었다.

개발형 사업은 초기 투자금이 많고 투자비 회수기간도 길어 위험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도급형 공사는 그런 위험이 별로 없다.

◇ 장밋빛 시장〓우선 중동지역의 경우 석유가격 상승과 리비아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 해제 등으로 공사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진으로 상당한 피해를 본 터키·대만의 피해복구 공사, 전쟁으로 피폐화된 유고의 전후복구 등 해외 건설 환경이 호전돼 일시적이나마 해외특수가 예상된다.

건설교통부 서정석 해외건설 과장은 "해외건설 시장 환경이 크게 좋아져 현재 우리업체가 입찰을 마치고 계약을 준비 중인 계약예정 공사 24억달러를 포함해 연말까지 40억달러 정도는 무난히 따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분주한 업체들=현대건설·삼성물산· 대림산업·동아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자사 상사나 현지 지점망 등을 동원해 정보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규모 지진 및 전후 복구공사가 대기하고 있는 터키·유고권 진출전략을 수립하고 내부검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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