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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들여 소호 창업 성공, 박남규 ‘아이유비’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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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해운회사를 퇴직한 박남규씨는 1년 동안 준비한 끝에 지난해 10월 중저가 호텔·모텔 예약 사이트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창업이란 ‘산’은 특수한 장비를 갖추고 셰르파의 안내를 받아야 올라갈 수 있는 히말라야 봉우리가 아니다. 누구나 의지만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적당한 높이의 ‘산’이다. 몇억원 이상의 밑천이나 특별한 기능이 창업의 필수 요소는 아니다. 업체들 광고처럼 꼭 프랜차이즈 업체를 통해야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먹는 장사가 경기를 덜 탄다’는 이유로 음식점 창업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지만 골목 골목 들어서 있는 음식점 숲에서 특색 없는 음식점을 내는 것이 유망한지는 한번 짚어볼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서 무엇으로 시작해야 할까. 찾아보면 소자본을 가지고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례가 주위에 적지 않다.

 지난달 23~24일 전남 영암에서 열린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 기간 중 국내외 관광객들은 방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숙박시설마다 방이 동이 났기 때문이다. 반면 숙박업계는 특수를 누렸다. 재미를 본 사람은 또 있다. 지방의 중저가 호텔과 민박 등을 예약해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남규(59)씨도 그런 경우다. 그는 F1 덕에 영암 일대 300건 이상의 예약을 성사시키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박씨는 사업 아이디어를 직장 생활에서 구했다. 해양대를 졸업하고 30년 가까이 해운회사와 무역회사에서 일하며 해외 출장 경험이 많았다. 미국 등을 다니면서 여행객들이 미국의 지방 호텔들을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왜 안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보편화되고 젊은 층 사이에 예약 문화가 확산되면 우리도 가능성이 있다고 박씨는 직감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중저가 호텔·모텔이나 민박, 펜션, 서비스드 레지던스 등을 예약해주는 사이트는 분명 장사가 될 듯싶었다. 특히 LCD·PDP 같은 디지털 TV와 초고속 인터넷망, 고급스러운 욕탕 등을 두루 갖췄지만 마케팅이나 예약 시스템이 취약한 한국의 지방 호텔·모텔들은 얼마든지 수요가 있을 것 같았다.

직장생활 외국출장 중 아이디어 얻어

1년간 관련 시장을 공부하면서 창업을 준비했다. 세종문화회관 뒤에 조그만 사무실을 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0월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예약쇼핑몰 ‘아이유비’(www.iubhotel.com)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비용은 1억원 정도. 전형적인 소자본 소호 창업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숙박업소를 설득해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일이었다. 박씨는 직접 발품을 팔아 해당 숙박업소를 찾아다녔다. 훌륭한 IT 시설과 무료 영화 상영 설비 등을 갖췄는데도 장점이 잘 홍보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주인들을 설득했다. 사이트의 인지도가 없는 만큼 회원업소에는 가맹비나 로열티를 일절 받지 않고 회원들을 끌어들였다. 이 결과 방 30개 이상 되는 숙박업소 200개를 확보했다.

포털 키워드 광고는 비용 많이 들어

무명인 예약 사이트를 홍보하는 일이 처음엔 쉽지 않았다. 처음엔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키워드 광고도 해봤지만 비싼 광고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고급 호텔 등의 예약을 돕는 사이트는 이미 부지기수. 이들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박씨는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업종의 특성을 연구하니 돈 들이지 않고도 마케팅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각종 카페나 블로그, 지식 검색 서비스에 들어가 사이트를 알리고 해당 지역의 여행 및 숙박 업소를 소개하는 인터넷 마케팅을 펼쳤다. 여행 정보가 많지 않은 지방의 호텔과 모텔, 홈스테이(민박), 게스트 하우스, 관광호텔 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박씨는 젊은 층 사이에 예약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간파했고,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여행 사이트 등을 찾아다니며 집중 공략했다.

연말부터 중국인 상대 홍보 시작

오랜 직장생활의 경험을 살려 시작한 사업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준비 덕에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예약 시 20%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수입원. 이렇게 해서 박씨는 현재 월 평균 10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올해 총 매출액은 2억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소호 사업이다 보니 특별히 나가는 비용이 많지 않아 예약 수수료는 거의 순수익이다. 1인 근무가 원칙이지만 간혹 홈페이지나 데이터베이스 관리가 필요할 때 아르바이트생을 쓰기도 한다.

 박씨가 생각하는 미래 시장은 바로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숙박업소 예약이다. 지금까지는 내·외국인 비율이 9대1로 내국인이 절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연말부터는 중국 현지 여행사와 제휴해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어서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매출도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윤창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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