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남 대화 긍정 움직임 있다” … 북 조평통 천기누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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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18일 “최근 북과 남 사이에 대화와 협력을 위한 긍정적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평통은 담화에서 이같이 주장하면서 “(이런 때) 남조선 당국자들 속에서 그에 역행하는 매우 상서롭지 못한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남조선 집권자는 우리를 걸고 들며 핵의 완전 포기니 천안함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 표시가 남북관계의 출발점이라느니 북이 버티면 버틸수록 손해라느니 하고 떠들었다”며 “비핵화 목적 달성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만 가능하다는 따위의 오만불손한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변화되어야 할 당사자는 바로 남조선 당국”이라며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평통의 담화는 전반적으로 대남 비난 기조를 띠고 있으나 3월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냉기류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이 먼저 ‘대화·협력의 긍정적 움직임’을 공개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을 방문 중인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의 행보를 놓고 대북 특사설이 나오는 등 최근 일각에서는 남북 간에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담화는 남북 간에 공식·비공식 라인의 대화나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하나의 징후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남북 양측의 라인이 의미 있는 급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은 자신들은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소극적이란 점을 부각시키려 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번 담화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대화’를 언급하는 경우 대개 당국 차원의 접촉·회담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20일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남측에 보낸 팩스에서는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는 현 시점’이라고 표현하는 데 그쳤는데 이번에는 구체화했다는 얘기다.

 북한은 담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거명 않고 ‘남조선 집권자’로 표현했다. 과거 실명을 드러내며 ‘역도’ ‘패당’ 등으로 극렬하게 비난하던 데서 수위를 낮췄다. 남북관계 경색국면에서는 그동안 운조차 떼지 못하던 ‘남북 정상회담’이 담화에 등장했고, 대남 비난보다 남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천안함 도발에 대응한 정부의 5·24조치 이튿날 ‘북남관계의 전면 폐쇄’ 등 8개 항을 내세우며 “이명박 임기 동안 대화와 접촉을 않겠다”고 밝힌 조평통 담화와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북한은 19일로 제안했던 금강산 관광 당국회담을 우리 정부가 거부했음에도 25일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의 남측 지역에서 적십자 회담을 하는 데 동의해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적십자 회담에서 이산상봉 규모 확대와 정례화 등 남측 제안에 북측이 얼마나 호응해올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화가 남북 비공식 접촉 등 특정 상황을 염두에 둔 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시인·사과를 요구하는 남측에 대한 불만 표시와 입장 변화 촉구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9일자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제가 모르는 비공식 접촉은 있을 수 없다”며 “아직 남북 간에는 비공식 접촉은 할 여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영종 기자

조국평화통일위의 입장 변화

▶천안함 도발 관련 정부의 5·24조치에 대한 5월 25일 담화

“ 이제부터 북남 관계의 전면 폐쇄와 협력사업 전면 철폐의 단호한 행동 조치에 들어간다는 것을 정식 선포한다.”

“ 이명박 역도패당의 임기 기간에는 당국 간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을 것.”

“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은 전시법에 따라 처리한다.”

▶남북관계에 대한 남측의 태도 변화 촉구한 11월 19일 담화

“ 최근 북과 남 사이에 대화와 협력을 위한 긍정적 움직임이 벌이지고 있다.”

“ 남조선 집권자가 국제회의를 계기로 여기저기에 반공화국 공조를 구걸했다.”

“ 변화되어야 할 당사자는 남조선 당국이다. 우리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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