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동양방송) 시간여행] 28회 크리스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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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장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때가 있다면 바로 크리스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복되는 날의 연속에서도 이날 하루만큼은 뭔가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길을 바라죠. 연인들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몇주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은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아둔 작은 선물꾸러미를 기대하며 설렙니다.

60~70년대 크리스마스 모습은 어땠을까요? 시계를 40년 전으로 돌려봅니다. 동양방송의 옛 영상물로 보는 'TBC 시간여행' 출발합니다.

해를 마감하는 12월이 되면 서울시청 앞에서는 서울시장이 참석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등식 행사를 엽니다. 화려한 장식과 조명이 반짝거리던 시청 앞 크리스마스 트리는 당시 장안의 명물이었죠. 겨울밤 밤새도록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그 긴 겨울밤이 기만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서울의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입니다. 거리로 몰려나온 가족, 연인들로 움직이기가 비좁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날만큼은 모든 사람들이 축제 분위기를 한껏 즐깁니다. 아이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부모님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볍습니다.

전국 교회와 성당에서는 크리스마스 미사와 예배가 열립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려는 신도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성가대는 희망의 찬송가를 부르며 온 세상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길 바랍니다. 신도들은 크리스마스가 나눔과 사랑으로 충만하기를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새해 달력도 크리스마스에 빼놓을 수 없는 풍경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과 맞물리다보니 새해 선물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달력은 흔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달력 장수들은 여성모델 사진이 실린 것들을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고 지나가는 사람을 유혹했습니다. 사지 않는 이들에게도 좋은 눈요깃감이었지요.

40여년이 지났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빠져든 시민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것 같습니다. 아직 크리스마스가 한참 남았지만 올해 크리스마스도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축복이 가득하기를 미리 기원해 봅니다. 지금까지 TBC 시간여행이었습니다.

글=손해용 기자, 영상=최영기 PD, 차주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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