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명 KT 사장 “수퍼 앱스토어가 이동통신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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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스마트 혁명 시대를 맞아 통신업체가 단순 연결통로(dumb pipe)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기득권을 버리고 파괴적 혁신에 나서야 합니다.”

 표현명(사진) KT 사장은 17~18일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GSMA 모바일 아시아 콩그레스 2010’ 둘째 날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이통업계의 세계 최대 모임이다.

 #단말기 자체보다 네트워크가 중요

 중국 차이나모바일의 리유에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행사 기간 “우리는 전통적인 전략을 바꿔야 한다. 모바일 서비스를 고객들의 삶과 통합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5억 명이 넘는 통신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 이통업체다. KT의 표 사장은 “위기를 반전시키려면 강력한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끊김 없는 통신·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른 산업과 손잡고 스마트폰·태블릿PC 등 각종 단말기를 통해 영상·출판은 물론 금융·교육 서비스까지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단말기를 출시할 것이냐’보다 ‘다양한 단말기를 어떻게 잘 연결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도 했다.

 #당면 화두는 ‘앱’과 ‘데이터 폭발’

 이번 대회의 핵심 의제는 앱과 데이터 폭발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전시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휴대전화 등 각종 인터넷 단말기였다. 그 자리를 올해는 앱, 그리고 데이터 폭증에 대비한 각종 솔루션이 채웠다. 중국의 인터넷 솔루션 업체 ‘G-파이브’의 도리스 초우 매니저는 “단말기 종류나 이통사 구분 없이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앱들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KT의 서준혁 홍콩지사장은 “폭증하는 트래픽을 좀 더 효율적으로 분산·관리하는 기술이 각광받는다”고 전했다. 차이나모바일은 4세대 이동통신(LTE) 기기를 장착한 승용차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LTE는 영화 1편(700MB)을 1분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기술로, 이를 상용화하면 폭증하는 데이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이나모바일의 리유에 CEO는 “각국 이통업계가 (무선인터넷으로 인한) 데이터 트래픽 폭증으로 비용이 급증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1조 달러 규모의 ‘수퍼 앱스토어’ 열린다

 참석 CEO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파괴적 혁신’은 우선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어떤 단말기에서든 인터넷상의 ‘가상 저장장치(클라우드)’에 접속해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고 데이터를 관리·보관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KT는 삼성전자와 세계 최초로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상용화했다. 휴대전화에 모바일 결제·전자 키 같은 기능을 내장해, 다른 전자 단말기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 정보 교환이 가능한 첨단 기능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웬만한 단말기로 접근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 장터인 ‘수퍼 앱스토어’의 비전도 나왔다. 표 사장은 “정보기술(IT)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조만간 국경도 관세도 없는 1조 달러 규모의 ‘가상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열린 IT 생태계를 조성해 콘텐트 경쟁에서 승리하자”고 제안했다.

 홍콩=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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