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우주왕복선에 장착할 안전장치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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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도 쏘아올려서는 안된다며 끈질기게 설득했어요. 제 기술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죠."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발사가 7월로 늦춰졌다. "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는 발표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재미 한인 과학자 정재훈(57.테이코 엔지니어링 사장) 박사가 개발한 '결빙 방지 히팅 시스템(Anti-Icing Heating System)'을 장착하기 위해서였다.

2003년 2월 지구로 귀환하던 중 폭발한 컬럼비아호 참사가 영하 200도에 달하는 액체산소 연료가 담긴 외부 연료탱크에 생긴 얼음 덩어리가 떨어지면서 우주왕복선 날개를 손상시켰기 때문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상 과제가 됐다. 정 박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컬럼비아호 참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NASA 관계자들에게 무수히 연락하고 쫓아다녔습니다. 결국 우주왕복선 도면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죠. 그 뒤 몇 달간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데 골몰했고요."

정 박사는 마침내 지난해 9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는 "NASA 규정상 (기술)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기술이 선뜻 채택되지는 않았다. NASA가 자체적으로 결빙을 막기 위해 열을 뿜는 램프를 설치하거나 결빙에 취약한 연료 공급관에 젤을 바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효과가 별로 없자 올 3월 결국 그의 기술을 채택했다.

정 박사는 다음달인 4월에 제품을 납품했다. 애당초 그 제품은 디스커버리호 다음에 발사될 예정인 애틀랜티스호용이었다. 그러나 막판에 디스커버리호부터 장착하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그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 캠퍼스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LA지사=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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