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치파오 도우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한·중·일 3국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아마도 기후 때문이다. 숙소를 보자. 중국은 반점(飯店)이다. 먹고 잔다.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지역에선 에너지가 필요하다. 더불어 ‘기름기’는 피부를 보호한다. 로션이 없던 시대에 생존을 위해 씻지 않았던 거다. 일본의 료칸(旅館)에는 목욕조가 있다. 습하면서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해 자주 씻어야 한다. 물수건의 세계화에는 처절한 생존본능이 깔려 있는 것이다. 사시사철이 뚜렷한 한국은 주막(酒幕)이다. 한 잔 술에 자연과 합일하고, 두 잔 술에 너와 내가 동무가 된다.

 중국에선 상담(商談)도 만한전석(滿漢全席)이 으뜸이다. 먹으며 대화한다. 일본은 목욕탕이다. 수년 전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규슈에서 정상회담을 했을 당시 ‘목간통’ 회담이 기획됐다. 그런데 탕의(湯衣)에 새겨진 벚꽃 문양이 문제가 됐다. 자칫 “사쿠라 옷 걸친 한국 대통령’이 될 판이다. 갑작스레 취소된 배경이다. ‘주막’의 전통이 면면한 한국은 술이다. 한 잔 술에 형제가 되고, 친구가 된다.

 정원도 다르다. 중국 쑤저우의 졸정원(拙政園)과 상하이 예원은 대표적인 남방 정원이다. 특징은 아름다운 산수를 담장 안에 구현했다. 돌은 태호석, 소나무는 황산의 노송(老松)을 아예 옮겨 놓는다. 일본은 함축과 상징이다. 바위와 자갈을 깔고는 지구와 우주를 본단다. 자르고 비튼 나무에서 아름다움을 구하는 것이 분재(盆栽)일 것이다. 행복의 극한과 고통의 극한이 한데 어우러진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한국은 자연으로 들어간다. 정자 하나 세우고 관조하는 동시에 그 일부분이 된다. 합일(合一)의 경지다.

 여인의 옷도 특색이 있다. 일본의 ‘기모노(着物)’는 ‘감춤의 미학’이다. 맨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다채로운 문양을 자랑한다. 특징은 ‘오비’인데, 뒤쪽에 감아 배면미(背面美)를 강조한다. 뒤쪽을 흘깃거리는 그들 남정네의 취향을 감안한 것일까. 한복은 ‘선의 미학’이다. 하늘을 향한 도련의 곡선, 동정의 날카로운 직선이 조화를 이룬다. 늘어뜨린 옷고름은 바람에 실려 ‘흐르는 선’을 나타낸다. 중국의 ‘치파오(旗袍)’는 원래 만주족 여인의 복식이다. 몸의 굴곡을 보이면서 천부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시대에 따라 길이와 활동성을 위한 ‘옆 트임’의 위치가 오르락내리락 했다. 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서 치파오 차림의 도우미가 화제다. 문화의 다양성을 생각하면,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박종권 논설위원

▶분수대 기사 리스트
▶한·영 대역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