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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상계백병원 미숙아 22명 홈커밍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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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4일 서울 상계백병원 뒤 공원에서 지원이네 가족이 손을 잡고 가을 길을 걸었다.

임신기간 26주, 몸무게 760g.

 2001년 8월 8일 안민희(37)씨는 남보다 일찍 지원이를 낳았다.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위암으로 쓰러진 충격으로 양수가 터졌기 때문이다. 아기는 혼자 호흡을 할 수 없었다. 엄마 품 속에 안겨보지 못한 채 아기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어떤 이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살더라도 장애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차마 지원이를 볼 수 없었던 엄마 대신 아빠 이동현(39)씨가 곁을 지켰다. 면회는 하루에 단 30분만 가능했다. 손바닥만 한 아이의 몸에 인공호흡기가 달렸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주사를 맞아야 했다. 위독할 때는 670g까지 몸무게가 떨어졌다. 엄마와 아빠는 자책감에 매일 울었다. 차라리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원이는 잘 견뎌냈다. 미숙아들이 겪는 패혈증, 호흡곤란증, 뇌출혈, 안구망막증도 심각한 단계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입원 119일째 몸무게 2100g. 퇴원해도 좋다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이 내려졌다. 의술이 좋아졌다 해도 1000g 미만의 극소 저체중아의 생존율은 70~80%밖에 안 된다. 하지만 지원이는 잘 이겨냈다. 자라면서 잔병치레도 별로 하지 않았다.

 14일, 지원이가 태어난 서울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에서 ‘제1회 신생아 중환자실 홈커밍데이’ 행사가 열렸다. 병원 20주년 개원을 기념해 지원이처럼 신생아 중환자실을 거쳐갔던 22명의 ‘이른둥이’와 그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저출산시대에 미숙아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는 의미도 있었다. 산모 노령화 등으로 2.5㎏ 이하 저체중 아기가 2002년 4%(2만 명)에서 2008년 4.9%(2만3000명)로 늘어났다. 특히 1㎏ 미만인 아이는 2005년 371명에서 지난해 557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을 둔 병원은 매우 적다. 지원이의 주치의였던 소아청소년과 최명재 교수는 “비록 작게 태어났지만 미숙아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으로 노력한다면 저출산 시대에 미숙아는 미래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아이 중에 지원이는 두 번째로 작게 태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골프선수를 꿈꾸는 키 1m33㎝에 몸무게 30㎏인 건강한 아이로 성장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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