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고픈데 목돈은 없고 … 자동차 몰러 은행 가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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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연말 자동차 업체들의 할인경쟁이 시작됐다. 차 값을 수백만원씩 깎아준다는 소리에 소비자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하지만 차 값 못지않게 따져볼 게 할부금리다. 어떤 할부금융상품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이자비용이 100만원 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자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는 자동차 구매자라면 은행 오토론 상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올 2월 신한은행이 처음 자동차 할부금융(오토론) 상품을 내놓은 뒤, 현재까지 오토론을 출시한 은행은 8곳이다. 시중은행 중엔 우리·하나은행·농협이, 지방은행으론 부산·대구·경남·광주은행이 경쟁 중이다. 국민은행도 오토론 상품을 출시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5%대 낮은 금리=은행 오토론의 장점은 금리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이다. 고객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연 5~6%대다. 자동차 할부금융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할부금리가 연 7.95%(저금리 차종 제외)임을 고려하면 차이가 작지 않다.

 취급수수료를 포함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1~5%의 취급수수료를 따로 받는 캐피털사와 달리 은행 오토론은 취급수수료가 없다. 단, 우리·경남·광주은행은 할부기간에 따라 차량금액의 1.4~4.7%를 보증료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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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0만원짜리 차를 선수금 30%를 내고 36개월 할부로 살 때의 비용을 보자. 신한은행 마이카대출은 3년간 내는 이자가 159만~186만원이다. 하나은행 오토론와이드는 163만~237만원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우리V오토론은 보증료 57만원을 포함해 223만~248만원이 든다. 같은 조건일 때 현대캐피탈은 금융비용이 334만원(취급수수료 67만원 포함)인 것과 비교하면 많게는 17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 다만 현대캐피탈이 이달 연 3.9% 저금리 행사를 하는 차종(YF쏘나타·그랜저TG·싼타페)이라면 196만원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은행 거래 고객에겐 금리를 더 깎아주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급여이체·신용카드 등 거래실적이 있으면 최고 0.3%포인트까지 금리를 할인해준다. 신한은행도 급여이체 고객에겐 0.2%포인트 금리를 낮춰준다. 경차나 친환경차의 경우 모든 은행이 0.1~0.2%포인트 할인해주고 있다. 은행 오토론은 신용·체크카드와 연계해 캐시백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한·우리·하나은행은 체크카드로 차를 구매하고 카드 대금을 은행 대출로 연동시키는 경우 최대 1.5%를 현금으로 돌려주고 있다.

 ◆우량고객 위주로 판매=은행 오토론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가장 많이 판매한 신한은행도 아직 대출금이 2000억원에 못 미친다. 연간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이 13조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미미하다. 은행 오토론 판매가 확 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편리성이 떨어진다. 캐피털 할부의 경우 자동차 대리점 영업사원을 통해 차량 구입에서 할부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은행 오토론으로 차를 사려면 은행 지점에서 신청해 대출을 받은 뒤, 자동차 대리점에 또 가야 한다. 경남은행 최용식 상품개발부장은 “많은 소비자가 자동차 영업사원이 권하는 대로 캐피털 할부를 이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은행과 캐피털 금리를 직접 비교해보면 적지 않은 이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것도 은행 오토론의 단점으로 꼽힌다. 신한·농협·부산·대구은행은 신용등급 1~5등급의 우량고객만을 대상으로 한다. 연체가 생길 것을 우려해 대상을 좁힌 것이다. 2001년 국민은행이 9등급까지 오토론을 팔았다 연체가 급증하면서 6개월 만에 판매를 중단한 적이 있었다.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정준영 부부장은 “처음이라 위험관리를 위해 일부러 대출 대상을 좁게 잡았다” 고 설명했다. 우리·하나은행은 7등급, 경남·광주은행은 각각 9등급과 8등급까지 오토론을 판매하고 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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