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환율전쟁 파국 막은 G20 서울 액션플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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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G20 서울 정상회의가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이루기 위한 ‘서울 액션플랜(실천계획)’을 담은 정상선언문을 채택하고 폐막됐다. 서울 액션플랜은 G20 차원의 정책 공조와 함께 개별 국가들의 실천 약속을 포함한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관심의 초점은 막판까지 난항(難航)을 겪었던 환율과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에 모아졌다. 정상들은 공조와 협력의 정신을 발휘해 절충안을 도출해 냄으로써 파국을 피하고 새로운 진전의 가능성을 열었다.

 우선 환율에 관해서는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의 이행과 환율의 유연성 제고,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 자제 등 경주 재무장관 합의를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주요 통화국이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유의한다”는 다짐을 추가함으로써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에 대한 일부 국가의 불만을 반영했다.

 또한 경상수지 불균형에 관해서는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로 하여금 내년 상반기까지 다양한 지표로 구성된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상호평가의 기준으로 삼도록 한다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縫合)했다. 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설정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과 일정을 제시함으로써 재무장관 합의보다는 진전된 성과를 이룬 셈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애매한 합의만으로 환율전쟁이 완전히 종식됐다거나 대외불균형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년 G20 파리 정상회의까지 논란과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서울 정상회의가 세계 경제를 이끄는 최상위 기구로서 G20 정상회의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고 본다. 세계 경제의 향배를 좌우할 시급한 현안에 관해 각국 정상들이 공조와 협력의 정신을 발휘해 절충안을 도출해냈다는 점에서는 G20 정상회의의 역할과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회원국 간의 이해상충을 조정하는 절차나 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실천을 위한 실행력이란 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란 긴박한 상황에서 태동한 G20 정상회의가 위기 이후에도 세계 경제의 번영을 인도하는 향도(嚮導)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느슨한 협의체라는 태생적(胎生的) 한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회원국 간의 이견과 갈등을 원만히 조정할 수 있는 세련된 협의체계를 마련하고, 합의사항 실천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가 국제기구 개혁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금융규제 개혁, 개도국 개발 등의 의제에서 이룬 뚜렷한 성과에 주목한다. 이들 의제는 그동안 금융안정위원회(FSB) 같은 G20 하부기구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침으로써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G20 정상회의가 직면하게 될 다양한 의제를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상설 사무국의 설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