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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합니다] G20 최고령 자원봉사자는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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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G20 정상회담이 개막되는 날 아침. 지하철 5호선 신천역 역무실로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섰다. "G20 자원봉사자 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할아버지는 가방에서 G20 자원봉사자 공식 자켓를 꺼내 입고서 다시 역무실을 나섰다. 그리고는 지하철 역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장소를 찾아가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길을 묻는 외국인에게 친절히 답변을 해주고 지하철 표 끊는 법도 자세히 알려줬다.

1931년생인 정기식(80)씨는 G20 자원봉사자 7000여명 중 '최고령자'다. 그러나 여든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정한 모습의 그는 "나를 아직 60대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나름 동안이다"고 웃었다. 곧이어 그는 "진짜 내가 최고령자가 맞느냐"고 되풀이하며 "세월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살았더니 어느새 이런 타이틀도 붙었다"고 이야기했다.

정씨는 2008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금융관련 회사에서 국제부장으로 재직한 그는 전문성과 노련미를 요하는 업무의 특성 덕에 회사측의 요청으로 일흔이 훌쩍 넘는 나이까지 현역에서 활동했다. 은퇴 후 정씨는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 작년에는 자신이 다니는 절에서 운영하는 불교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한문을 가르쳤고, 현재는 사회복지센터에서 10개월째 일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달에는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4차 건강도시연맹 국제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그에게 G20 자원봉사자에 지원한 계기를 물었다. "내 또래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나이가 늘 걸림돌이 됐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때 마침 G20 자원봉사자를 뽑는단 소식을 들었다"다며 "마침 60대~80대로 구성된 일본어 동호회에서 활동중인데 동호회 회원들과 논의 후 다같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일어와 영어에 능통하다. 유년시절을 일본에서 보냈고, 6.25시절 군생활을 주한미군 사령부에서 근무했다. 또한 회사에서는 업무의 90%가 해외관련 업무였기 때문에 외국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았다. 덕분에 G20 자원봉사자 선발과정인 전화면접에서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정씨는 자원봉사자가 이수해야 할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모두 소화했다. 그는 "온라인 교육은 좀 어려웠다.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모르는 내 또래들 중에는 도중에 포기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날 정씨는 3명의 대학생들과 함께 근무를 했다. 그는 "손자·손녀 같은 아이들과 함께 일하니 덩달아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비록 나이는 내가 제일 많지만 열정만큼은 저들 못지 않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G20 자원봉사자'인 그에게 'G20 정상회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우리 국가와 국민에게 국제 사회에서 자부심을 갖고 활동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다음 세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정씨의 다음 계획은 '부부동반 자원봉사'다. 그는 "집사람은 몸이 안 좋아서 이번 자원봉사에는 함께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기회가 생긴다면 다음엔 꼭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유혜은 기자 yhe11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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