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 달라” “초청에 감사” 오바마 - 후진타오 웃으며 만났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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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G20 정상회의가 공식 개막한 11일 각국 정상들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업무만찬’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G20 준비위 제공]

서울을 방문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의 외교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개막된 11일 주요국 정상들은 잇따라 양자회담을 하고 자기 나라의 국익을 챙기기 위해 G20 어젠다 설정에 정성을 쏟았다. 버락 오바마(얼굴) 미국 대통령은 의장국인 한국에 이어 중국·독일 정상들과 만나 미국의 정책을 옹호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등을 따로 만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 다른 주요국 정상들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바쁘게 뛰긴 마찬가지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번 아시아 순방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해외 일정을 다 포함시켜도 한두 손가락에 꼽힐 것 같다.”

 1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수행해 한국을 찾은 백악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세 차례의 개별 정상회담을 포함해 유례없이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큰 판이 벌어진 서울에서 미국의 각종 현안 해결과 이익 보호를 위해 동분서주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15~30분 단위로 움직였다. 오전 10시40분 용산 미군기지를 방문해 미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전쟁기념관에 헌화한 데 이어 곧바로 청와대로 이동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중요 현안에 대해 논의한 뒤 오찬과 공동기자회견을 함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후 3시쯤 청와대를 떠나 숙소인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돌아갔다. 그러나 쉬러 간 게 아니었다. 그는 30분 남짓 휴식을 취한 뒤 이곳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국은 중국 위안화 환율 문제와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조치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날 회담은 ‘환율 담판’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회담 초기인 3시47분 양국 정상은 약 5분간 회담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다소 긴장한 모습의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과 일곱 번째 만나게 된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근 수년간 미·중 관계가 강화됐다고 평가한 뒤 “두 나라는 양국 간 현안뿐 아니라 핵 비확산과 강력하고 안정적인 글로벌 경제성장 등 세계적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며, 이를 실현시킬 특별한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양국 관계를 긍정적·협력적·포괄적인 관계로 증진하기 위해 대화와 협력을 강화할 의향이 있다”며 “G20 정상회의에서 생산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내년 초 미국을 국빈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고, 후 주석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비공개 회담에선 양국 참석자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회담은 예정보다 20분을 넘겨 1시간20분 동안 진행됐으며, 대부분이 환율 문제에 대한 논의였다”고 말했다. 라엘 브레이나드 미 재무차관은 “후진타오 주석이 기존 중국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과의 회동 후 같은 장소에서 곧바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휴식시간은 역시 30분에 불과했다. 독일 역시 중국과 함께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회복 방안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나라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이 나토 동맹국으로 함께 일해온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경제분야에서도 생산적인 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회담이 글로벌 경제 성장에 좋은 신호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후 6시50분 옷을 갈아입은 오바마 대통령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최한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 리셉션과 만찬이 이날 마지막 일정이었다. 백악관 관계자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업무 강도가 높은 회담이 연이어 진행돼 아무리 젊은 오바마 대통령이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욱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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