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 게임] 내일 개막 … 선수촌 입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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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노리는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중국 광저우의 바이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사진은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가는 류현진(왼쪽)과 김태균. [광저우=연합뉴스]

“너 이리 와. 나랑 방 같이 쓰자.”(정근우)

 “싫어. 너 신수랑 쓴다고 했다며?”(김태균)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도착한 10일 오후 2시(한국시간) 바이윈 국제공항. 수십 명의 ‘덩치’가 왔다갔다 하자 공항이 들썩거렸다. 새벽 4시30분 서울 숙소를 떠난 탓에 다들 피곤했을 테지만 결전지인 광저우에 도착하자 다시 활기가 돌았다.

 대표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1982년생 친구들은 공항에서도 꼭 붙어다녔다. 짐을 챙기던 중 정근우(28·SK)가 김태균(28·지바 롯데)의 카트를 멈춰세우더니 룸메이트를 하자고 ‘협박’했다. 정근우보다 키가 12㎝ 더 크고 체중은 30㎏이나 더 나가는 김태균(1m84㎝·110㎏)은 잔뜩 주눅든 표정을 지었다. 장난끼 많은 정근우는 김태균을 틈만 나면 놀리고, 사람 좋은 김태균은 이를 잘 받아준다.

 정근우는 지난달 말 합동훈련 때 부산고 동기 추신수(28·클리블랜드)로부터 룸메이트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메이저리거의 요청을 뿌리치고 김태균을 택한 것이다. 정근우는 “빨래는 네가 하라”며 김태균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금메달을 노리는 야구대표팀의 분위기는 더없이 밝았다. 평가전에서 부진해 걱정을 샀던 에이스 류현진(23·한화)도 “실전 감각이 떨어졌을 뿐 별문제는 없다.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조범현 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광저우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적응훈련을 하려 했지만 배정받은 시간(오후 2~4시)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11일에는 오전 11시45분, 12일엔 오전 9시30분부터 훈련이 두 시간씩 할당돼 있다. 경기장 조명 상태를 파악하지 못한 채 가장 중요한 경기인 13일 대만전(오후 7시)을 치러야 할 입장이다.

 조 감독은 “선수들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긴 했다. 문제는 현지 적응인데 다른 장소에서 훈련할 수도 없다고 해서 고민이다. 대만이나 일본 대표팀은 훈련 스케줄이 좋던데…”라며 아쉬워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각 야구대표팀 입국 순서대로 훈련 일정을 잡은 탓에 밤 경기부터 치르는 대표팀은 오전 훈련만 하게 생겼다.

 조직위와 한국 대표팀의 ‘엇박자’는 이날 입촌식에서도 보였다. 조직위는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한국 선수단과 임원진 70여 명을 모아놓고 한국팀 입촌식을 열었는데, 궁샤오칭 선수촌장의 환영사 등 모든 말이 영어로만 통역됐다. 행사 내내 한국말은 한마디도 들리지 않아 선수들이 불편을 겪었다.

광저우=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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