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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무장 … “경비가 전쟁보다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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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실탄이 장전된 기관단총을 들고 위력순찰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우영 순경, 송호석 경위, 배명우 경사. [김성룡 기자] (왼쪽 사진 설명)

지난 4일 서울 코엑스 인근 삼성1파출소. 수십 명의 시민이 출입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북적이고 있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11~12일)에 코엑스 근처를 출입하기 위해서다.

 삼성1파출소는 G20 행사의 대테러 임무를 맡고 있는 경찰특공대의 지휘소(CP·Command Post)다. 파출소는 마치 야전사령부 같았다. 온갖 무전기 음으로 시끄러웠다. 특공대장은 상황을 점검하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경찰특공대의 임무는 크게 세 가지다. 위험 인물과 주변 시설을 파악하는 ‘검측’, VIP들을 보호하는 ‘기동 무장경호’, 완전무장을 하고 코엑스를 지키는 ‘위력순찰’이 그것이다. 위력순찰에 나선 특공대원들은 실탄을 장전한 기관단총 UMP45를 들고 다닌다. 권총과 전투용 칼도 차고 있다. 방탄조끼도 입고 있다. 하지만 저격용 총이나 폭발물까지 막아 낼 순 없다. 유사시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위험한 임무다.

 이날 오전 중무장한 특공대원 송호석(39) 경위, 배명우(35) 경사, 최우영(28) 순경은 함께 코엑스를 순찰했다. 날 선 긴장이 느껴졌다. 베레모와 선글라스, 무표정한 얼굴에 악문 어금니. 이들은 좀처럼 말도 하지 않았다. 대테러 임무와 VIP 경호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고도의 훈련을 받은 베테랑이다. 수도방위사령부 특수부대 출신인 송 경위는 특공무술 2단, 합기도 3단, 검도 1단이다. 정보사령부 HID(첩보부대) 요원 출신인 배 경사는 유도 3단, 태권도 3단, 특공무술 2단이다. 해군 UDT를 나온 최 순경은 태권도 4단, 합기도 3단, 유도 1단의 고수다. 최근 몇 년간 경찰특공대는 세계전술대회에서 단체·개인 부문을 휩쓸다시피 했다. 이들은 세계의 정상들 앞에서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 대한민국이 가장 신뢰하는 요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조용히 순찰하던 송 경위가 앞에 걸어오는 남자를 지목했다.

“저 앞에 오는 남자가 사파리 잠바를 입고 있죠? 허리끈을 조이지 않았네요. 그렇다면 그 안에 어떤 물건을 숨겼는지 알 수 없겠죠? 상대가 할머니든 어린아이든 일단 이상한 부분이 보이면 경계해야 합니다. 단 한 번에 모든 게 무너질 수 있거든요.”

 배 경사는 “전쟁보다 어려운 게 경비”라고 했다.

“전쟁은 섬멸해야 할 적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경비는 달라요. 적과 나 사이에 시민이 있죠. 그래서 1차 목표가 적의 섬멸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죠.”

 이들이 순찰을 돌고 있는 시점, 주위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돼 있었다. 탐지견과 폭발물처리반(EOD)도 항상 대기하고 있다. 특공대원들은 늦여름부터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송 경위는 엿새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국 나이로 마흔이지만 그는 턱걸이를 30개 이상 하고, 사낭 나르기(40㎏ 모래주머니를 들고 100m 달리기)를 18초에 주파한다. 하지만 강철 같은 몸 안의 마음은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였다.

 “이건 말하면 안 되는데…, 지난 주말에 딸(11)이 집사람과 함께 잠깐 들렀어요. 휴대전화로 딸아이와 사진을 찍어 저장해 놨어요. 그래도 실탄을 들고 코엑스에 서면 가족조차 잠시 잊게 됩니다.”

 ◆지하철역엔 사복 경찰관 투입=지난 8일 오후 서울 지하철 삼성역 개찰구 주변, 검은색 잠바를 입은 남성 3명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시선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 남성들은 다른 곳으로 잠시 이동하기도 했지만, 시차를 두고 같은 장소를 반복해 다녔다. 삼성역은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와 연결된 지하철역이다.

 경찰청은 이날부터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역에 사복 경찰관을 투입했다. 이들은 대테러 임무를 맡고 있다. 역에 따라 최소 8명부터 최대 14명까지 배치돼 있다. 행사장 인근인 삼성역과 선릉역에 가장 많은 인원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복 경찰관은 2~3개 조로 나뉘어 2~3시간 집중 경비를 하고 교대하는 식으로 근무한다. 역 곳곳에 잠복해 있는 이들은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현장의 CP(지휘소)에 곧바로 연락하고, 이는 다시 경찰특공대원들에게 전달된다. 비상근무는 모든 국가 정상이 출국하는 시점까지 계속된다.

강인식·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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