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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이회창 ‘검찰 규탄’ 악수…김준규 “검찰은 수사로 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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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희태 국회의장(가운데)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중식당에서 오찬회동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8일 오전 7시45분. 야 5당(민주·자유선진·민주노동·진보신당·창조한국당)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뒤이어 45분 뒤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을 집중 성토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못 건드리는 정치 검찰이 국회와 야당을 상대로 엄정한 법 집행을 얘기한다면 납득이 가겠는가”(손학규 대표), “검찰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압수수색 결과를 갖고 의원 후원회 사무국장 등을 소환한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박지원 원내대표)는 등의 얘기가 나왔다.

 오전 10시 손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 400여 명은 국회 본청 앞 계단에 모여 ‘국회 유린 정권 규탄 및 4대 강 대운하 예산 저지 민주당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뉴시스]

 30분 뒤 손 대표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만났다. 손 대표가 먼저 “두 당이 힘을 합쳐 세종시를 지켜냈다”며 “민주주의를 굳게 신봉하는 이 대표가 이번 문제에도 앞장 서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검찰의) 오만방자한 보복수사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이를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야 5당이 이날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합의했지만 실제로 성사되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국정조사 요구서가 통과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하나 야 5당의 의석이 재적 과반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의석(171석)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그럼에도 야권이 국정조사를 결의한 건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알리고 야권이 뭉쳐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데 정치적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야 5당 원내대표는 오후 5시에도 회동을 갖고 9일 박희태 국회의장을 만나 현안 질의를 위한 본회의 소집을 요구할 방침이다.

 반면 이날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소 같으면 개인 의견을 거침없이 내놓던 홍준표·정두언 최고위원도 침묵했다. 당내에선 검찰의 압수수색이 야당의 힘만 키워놓았다는 탄식이 나왔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어제, 오늘 날씨처럼 머리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지도부는 출구전략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간섭’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청목회 수사의 신속한 마무리를 요구한 건 검찰 사정국면을 조기에 종결해야 예산안 처리 등을 놓고 야당과 협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상수 대표는 “예산국회가 시작되는 만큼 국회는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의장은 중재에 나섰다. 한나라당 김무성·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 의장의 초청으로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만나 1시간30분 넘게 오찬 회동을 했다. 하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회동에서 김 원내대표는 “여러 현안을 일괄 타결하자”고 제안했으나, 박 원내대표는 청목회 수사· 민간인 사찰 등을 따지기 위해 국회 본회의를 열어 긴급현안 질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글=신용호·강기헌·허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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