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인력 수요·공급 엇박자 갈수록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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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공계 인력의 수요와 공급이 도무지 맞지 않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쪽에선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가 타는데, 다른 쪽에선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말 기준 산업기술인력의 부족인원이 3만3473명으로 1년 전보다 1만2521명 늘었다고 8일 발표했다. 부족률은 한 해 전보다 1.7%포인트 늘어난 5.2%를 기록했다. 필요한 인력이 100명인데 5.2명을 뽑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기술인력을 고용하는 근로자 10인 이상 전국 사업체 가운데 1만544개를 표본조사한 결과다.

 산업기술인력이란 이공계를 전공한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자 중 기업에서 관련 연구개발이나 기술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을 말한다. 이런 인력의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면 실업자가 줄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8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 명이나 늘었다. 이 중 전문대 졸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은 32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기술인력의 부족인원이 3만3473명이니 산술적으로는 전문대 졸 이상 실업자의 최소 10%를 수용할 일자리가 있는데도 취업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적절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은 특히 중소기업에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 수 3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1만2058명의 인력을 구하지 못해 부족률이 10.6%에 달했다. 500인 이상 고용하고 있는 대규모 사업장의 부족인원(3026명)에 비해 세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광학기기(9.5%)와 가구제조업(9.1%)·식료품 제조업(8.5%) 등에 속한 쪽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했다. 8대 주력 산업 가운데서도 기계(6.9%)·화학(6.8%) 쪽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원하는 인력을 고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인력의 직무능력 부족’이 많이 꼽혔다. 기타서비스 분야에서는 87.2%의 업체가, 정보기술(IT) 서비스업에서는 75.9%의 업체가 직무능력 부족 때문에 채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력시장에 고급 교육을 받은 사람이 넘치지만 정작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체들은 기존 인력의 업무가 대폭 늘거나(50%) 신제품 개발이 지연되는(20%) 등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지는 않지만 받은 주문을 경쟁사에 넘겼다는 응답(3%)도 나왔다. 지경부 김남정 산업기술기반팀장은 “산업현장에선 인력의 질적인 미스매치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기업현장 상황에 맞도록 교육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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