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없다던 쇠고기 ‘복병’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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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한미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회의에 참석한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미측 관계자들과 얘기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이견을 좁혀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의에 막판 복병이 나타났다. 쇠고기 문제다. 정부는 밤늦게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에 대한 이견을 조율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8일 오전 11시부터 외교통상부 회의실에서 6시간 넘도록 마주 앉았다. 두 나라 정상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11일) 전에 마무리 짓자”고 공언했지만 진도는 쉽게 나가지 않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회담 의제에서 배제된 것처럼 보이던 쇠고기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주요 내용은 검역조건 완화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회담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쇠고기 수입 문제는 FTA와 무관하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으로 현재까지 쇠고기 문제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오후 9시부터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김 본부장과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농림수산식품부·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본부장은 첫날 통상장관 회의 결과를 소상히 설명하고 정부 입장을 조율했다. 특히 쇠고기 수입 검역 조건이 깊숙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원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저쪽(미국)에서 원하는 것이 있지만 우리는 검역 관련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에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계속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쇠고기 문제가 논의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자동차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은 통상장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안전 기준과 연비, 온실가스 배출 기준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 비관세 장벽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 정부는 “비관세 장벽은 없다”고 맞서 왔지만 협의가 시작되면서 일정 부분 양보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국민의 안전과 기후변화 대응 등의 정책 목표와, 이런 것들이 시장의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합의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자동차 관련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미국 측 요구를 원칙적으로 수용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그동안 알려진 환경과 연비 기준 외에 안전 기준에서도 예외를 인정하거나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현철·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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