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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중국경제 콘서트(32) '100년 동안 경제만 생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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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 경제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중국의 역사를 꿰뚫고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바쁜 비즈니스 맨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설립이후의 중국 정치 경제 흐름은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큰 그림을 머리속에 그려놓는다면 현재 벌어지는 작은 움직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흐름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조그마한 정책 변화에도 흔들리게 되는 겁니다.
중국경제 흐름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자 그렇다면 지난 60여년 동안 중국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 까요?
우선 마오쩌둥시기를 보지요. 제1세대 정치 리더십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영국을 추월하고 미국을 따라잡아라!'
이 시기 경제정책의 특징은 '영국을 추월하고 미국을 따라잡는다(超英간美)'는 말로 요약됩니다. 대약진 운동이 한창이던 1957년에 제기된 이 슬로건입니다. '15년만에 영국을 추월하고, 다시 20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도 정했지요. 당시 체제경쟁을 벌이던 옛 소련의 후루시초프가 '15년 만에 미국을 추월하겠다'고 나선 데 자극받아 제기됐습니다.
급진적 성장노선입니다. 이 정책에 따라 중국 곳곳에는 소규모 철강공장이 건설됐고, 중화학 공업이 집중 육성됐습니다. 농민들은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희생해야 했습니다. 대약진 운동이 그래서 일어났고, 실패로 끝났습니다. 마오는 최고의 자리에서 한 발 내려와야 했고, 그가 권력을 되찾는 과정에서 광풍의 문화대혁명이 일어났던 겁니다.


다음은 덩샤오핑 시대입니다. 제2세대 정치 리더십입니다.
덩은 "나라가 부강해지면 좋은 것이다!"라고 외칩니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덩샤오핑 시기의 경제정책은 '3개유리(三個有利)'라는 말로 표현됩니다.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남부도시 순방 연설)에 나왔지요. 이 말은 '생산력·종합 국력·인민의 생활수준 등 3개 요소에 이롭다면 결국 좋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성장우선주의지요. 덩샤오핑은 특히 '먼저 부자가 되어도 좋다(先富起來)!'라고 선언해 불균형 성장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을 보고 달려라(向前看)라는 말은 돈을 보고 달려라(向錢看)이라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중국인들의 눈에 '돈독'이 올랐습니다. 모두 돈을 향해 움직였지요. 경기는 지나치게 과열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마오의 강권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유와 민주에 대한 열망도 높았지요. 그래서 발생한 게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입니다.
장쩌민 시대입니다. 제3세대 정치 리더십이지요.
그는 "자본가도 이제 우리 편이다!"고 말하지요.
천안문사태 직후 권력에 오른 장쩌민 시기의 노선은 '3개대표(三個代表)'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선진 생산력, 선진 문화,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 등을 대표한다'라는 뜻입니다.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마지막 항목이 중요합니다. 공산당 보호해야 할 계급이 기존 농민·노동자에서 자본가 계급으로 확대된 겁니다. 당헌에 '사유재산 보장'조항이 삽입됐고, 많은 사영기업주가 공산당에 가입했습니다. 덩샤오핑 시기보다 자유주의 사조가 더 짙어진 것이다.
특징적인 사건이 바로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가입이었지요. 이로써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나라 중국은 서방세계가 구축해 놓은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편입하게 됩니다. 엄청난 양의 상품이 중국에서 세계 편의점으로 뿌려집니다. 중국을 '세계공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게 이때 쯤입니다.


후진타오 시기가 왔습니다. 제4세대 권력이지요.
그는 "성장도 이제 과학적으로 보라!"고 일갈합니다.
후진타오 시기는 '과학발전관(科學發展觀)'으로 특징지워집니다. 성장을 이루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자는 게 핵심입니다. 덩샤오핑 시기와 장쩌민 시기를 지나오면서 추진된 성장 우선주의 정책은 많은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지역간 불균형·빈부격차·환경훼손 등이 대표적이었지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을 이루자는 게 과학발전관의 골자입니다. 그러나 이 정책에도 불구하고 후 주석 시기 빈부격차는 더 넓어지고, 부패는 근절되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주식시장에는 거품이 더럭더럭 끼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 벌어진 대표적인 사건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입니다.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중국은 크게 바뀝니다. '대국굴기', '부흥의 길' 등 중국인들의 자신감이 표출됩니다. 그간 이룬 경제 발전이 자연스럽게 대외정책에서의 힘의 외교로 표출되기 시작하지요. 특히 2007년 가을에 발생했던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쳐오면서 중국은 런민삐 국제화를 추진하는 등 국제 정치경제 무대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G2라는 말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진핑 시대가 시작됩니다. 제5세대 권력이지요.
시진핑은 2012년 가을 당총서기에 오르게 됩니다. 당권을 장악하는 것이지요. 그 이듬해 5월 국가주석에 오르게 되지요. 행정권력을 쥐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는 2~3년 후 군사위원회 주석에 오르게 되면 권력이양 작업이 모두 끝나게 됩니다.
시진핑 체제는 후진타오 주석 체제에서 해결하지 못한 불균형·부패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산업 체질을 고도화할 수 있는 지도노선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17기5중전회에서 제기됐던 '국부(國富)에서 민부(民富)로'라는 정책을 집권 초기에 실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후진타오의 것이지 시진핑의 것이 아닙니다. 시진핑 역시 자기만의 정치경제적 슬로건을 내걸 것입니다. 그 시기는 중공중앙회 18기 3중전회가 열릴 2014년 가을이 유력해 보입니다.
제5세대 정치권력에 이르기까지 각 권력집단의 노선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현실인식이 조금씩 달랐던 게지요. 그러나 이들에게 공통되는 '철학'이 하나 있습니다. '사회주의 초급 단계론'이라는 것이지요. 덩샤오핑의 유훈입니다. 이 것을 알아야 현재 중국의 갈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덩샤오핑의 현실인식은 명확했습니다.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단계에서 내부 모순에 따라 계급투쟁이 발생하여 자본가 계급이 타도됨으로써 성립한다. 그런데 중국은 자본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장 사회주의로 진입했다. 자본주의라는 게 무엇인가. 바로 생산력 발전과 상품경제의 성숙 단계다. 중국이 자본주의를 뛰어넘었다고 해서 그 단계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최소한 100년 동안 그 단계를 경험해야 한다. 그 게 바로 사회주의 초급단계이다. 향후 100년 동안 중국은 생산력 발전과 성숙, 상품유통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역사발전 과정에서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단계, 즉 자본의 고도화 단계를 이루자./
한마디로 말하자면 앞으로 100년 동안 경제만 생각하라는 외침입니다. 경제를 살리는데 자본주의면 어떻고 공산주의면 어떻습니까. 흰고양이던 검은고양이던 쥐만 잘 잡으면 최고 고양이라는 얘깁니다(不理是黑猫或是白猫,捉到老鼠的就是好猫). 이런 철학이 있었기에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전대미문의 체제를 실험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의 지금도 덩샤오핑이 깔아놓은 발전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 30년을 원고지 몇 장으로 정리한다는 게 어불성설입니다. 더 많이 공부하세요. 중국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이 있습니다. 솔즈베리가 쓴 '새로운 황제들'는 재미있어 좋고, 서강대 전성흥 교수 등이 엮은 '중국모델론'은 딱딱하지만 깊이가 있어 추천할 만 합니다. 저의 졸작 '중국의 13억 경제학(한경BP출판)'은 중국경제의 장점과 단점을 풍성한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내 읽기가 편합니다.
최소한 공산당 치하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 쯤은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자랑스런 중국비즈니스맨이니까요.
한우덕 기자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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