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박정희 정권때 심은 나무… 베어버려라"

중앙일보

입력

전북대 박물관 정원에 있던 30여년 수령의 '히말라야시다' 나무 한 그루가 유홍준 문화재 청장의 말에 잘려져 나갔다고 조선일보가 28일 보도했다.

27일 전북대에 따르면, 유 청장은 지난 3월 31일 오전 두재균 전북대 총장과 박물관을 방문하고 나오면서, 이 나무가 기이하게 가지치기 된 사연을 들었다. 박물관 직원들이 "나무가 박물관 유물과 경관을 가리고 있으며 주변 석물(石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자, 두 총장은 "그러면 옮겨라"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박물관 직원이 "나무 뿌리가 깊어 뽑으려면 석물까지 옮겨야 한다"고 답하자, 유 청장이 "박정희 정권 시절 대규모로 식재된 나무로 박물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베어버리시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북대 박물관은 4월 12일 이 나무를 베어낸 뒤 그 자리에 진달래를 심었다. 유 청장의 발언은 전북지역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전북일보는 "유 청장이 이 나무를 '박 정권 시절의 친일잔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함께 있던 박물관 직원들은 '박 정권 때 많이 심은 나무로 박물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표현은 확실히 들었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이에 대해 "히말라야시다가 박물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베어버리라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박정희니 일제 잔재니 하는 것은 언급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처음엔 "전혀 언급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기억이 없다"로 정정했다.

하우봉 전북대 박물관장은 "폭풍이 닥쳤을 때 7층 석탑을 무너뜨릴 뻔했던 박물관 뒤쪽 활엽수와 함께 이 나무를 제거하려 작년부터 논의해왔고, 활엽수는 3월 초 베어냈다"며 "히말라야시다 제거는 유 청장의 발언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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