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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모주망태’와 ‘고주망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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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늘어나는 술자리. 모처럼 만난 지인과 흥에 겨워 술잔을 주고받다 보면 거나해져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이때 “오랜만에 과음한 탓인지 그날은 ‘모주망태’가 되고 말았다”고 표현해도 될까?

 ‘모주망태’를 ‘고주망태’로 바루어야 한다. 술에 몹시 취해 정신을 못 가누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고주망태’다. ‘모주망태’는 술을 늘 대중없이 많이 마시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를 때 쓰인다. 항상 ‘고주망태’인 사람은 ‘모주망태’인 셈이다. ‘고주망태’는 고주, 모주망태는 모주·모주꾼이라고도 부른다. 이때의 모주(母酒)는 술을 거르고 남은 찌끼에 물을 타 뿌옇게 걸러 낸 탁주를 뜻한다.

 사람마다 술 마시는 방법도 다양한데 소나기술이나 강술을 즐기면 고주망태가 되기 쉽다. ‘소나기술’은 보통 때는 안 먹다가 입에만 대면 한정 없이 많이 마시는 술을 말하며 ‘벼락술’이라고도 한다. ‘강술’은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을 일컫는다. 흔히 “깡술을 벌컥벌컥 마셨다”처럼 사용하지만 ‘강술’이 바른 표기다. 이때의 ‘강-’은 다른 게 섞이지 않다는 의미를 더하는 접사다. 안주 없이 마시는 소주 역시 ‘깡소주’가 아닌 ‘강소주’라고 해야 맞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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