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훙커'들 사이버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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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국 해커들이 다시 뭉치고 있다.

홍콩의 문회보(文匯報)는 27일 "중국 훙커(紅客.중국말로 해커라는 뜻)연맹(HUC)의 발기인이었던 '라이언(Lion)'을 비롯해 유명 해커들이 새 조직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만든 훙커대연맹 사이트(www.cnredhacker.org)에 등록한 회원만 이미 3만 명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HUC는 2000년에 만들어져 한때 회원 수가 8만 명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말 당국에 의해 해산됐다. 당시 중국 대륙 최초.최대의 해커 조직이자 세계 5위에 오를 만큼 위력을 떨쳤다.

훙커들은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국내 전산망의 허술한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고 외국 해커의 공격에 대항한다는 것이다. 사이버 범죄에 대한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공식적인 조직이 아니다"고 발뺌한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중 "도(道)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요, 이름(名)을 이름이라고 하면 이름이 아니다"는 구절을 행동 강령으로 삼고 있다. 게릴라식 조직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중국 해커들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여섯 차례나 외국과의 '사이버 전쟁'을 벌였다. 특히 대만 독립론을 펼치는 민진당.총통부의 사이트는 주된 공격 대상이다.

2001년 4월 미국 해커들이 중국의 전산망을 공격하자 훙커들은 곧바로 다른 해커 단체들과 연합해 백악관.미 연방 수사국(FBI)의 홈페이지를 공략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쓰레기(스팸) 메일을 대량 발송했다.

당시 미.중 간에는 미군 정찰기가 남중국해에서 중국 전투기와 충돌해 군사적인 긴장이 고조됐었다.

최근 일본 해커들이 중국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바오댜오왕(保釣網.댜오위다오 수호 사이트)'을 공격했을 때도 이들은 대응공격에 나섰다.

HUC는 일본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중국어.일본어.영어로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는 중국 땅"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일본 총리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따라다니는 애완견'으로 패러디한 사진도 곁들였다.

이들은 지난해 7월 한국의 국회 등 주요 기관을 공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상대편의 전산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리기도 한다. 2년 전 전 세계를 휩쓴 웜(WORM)계열 바이러스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훙커(紅客)란= 해커의 중국어 표기는 헤이커(黑客)다. 그러나 중국 해커들은 중국을 상징하는 색인 홍(紅)자, 자(紫)자를 넣어 훙커나 즈커(紫客)라는 단어를 애용한다. 중국의 해커 인구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 규모다. 해커연맹 외에 수십 개의 민간단체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외의 주요 기관을 해킹하거나 정보를 빼내 실력을 과시한다. 일부 사이트에선 '최우수 해커'를 선정.발표하기까지 한다. 정부도 군.공안부.국가안전부 등에서 10만여 명의 '사이버 부대'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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