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사진을 찍다 보면 영원히 내 모델로 삼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한국발레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인자(57) 숙명여대 무용과 교수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무대 위에서는 가볍게 날아오르는 한 마리 청초한 백조 같다가 무대 밖에서는 화끈한 여장부로 돌변(?)하는 박 교수를 나는 그가 여고생일 때부터 만나 왔다. 이제 사진가와 모델이라는 관계를 넘어 오랜 동지요, 서로의 후원자로서 따뜻한 만남을 이어 오고 있다.
PORTRAIT ESSAY 이은주의 사진으로 만난 인연
박 교수는 서울예술고등학교 2학년 때 이미 국립발레단 공연에 출연할 정도로 발레리나로서 특별한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다. 월급 5000원의 국립발레단 1기생으로 본격적인 발레 인생을 시작한 박 교수는 대학 시절 학생 신분으로 스승인 김정욱 교수의 수업을 맡을 정도로 무용 교육가로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무대 위 발레리나의 미련을 못 버리고 1977년 발레단 시험을 봐 합격한 박 교수는 무대에서도, 교단에서도 후배 무용가와 후학들을 위해 빛으로 길을 내는 등대 같은 사람이다.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사진부문 대상 수상.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20여 회 했다. 저서로 사진집 『108 문화예술인』 『이은주가 만난 부부 이야기』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