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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들에게 『목민심서』 선물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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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광주광역시에서는 지금 제8회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만인보’(10000 Lives)다. 이탈리아 출신인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총감독은 영문으로 번역된 고은 시인의 대서사시 ‘만인보’를 읽고 영감을 얻어 이번 광주비엔날레 주제로 차용했다고 한다. 200년 전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한국인을 위해 태어난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최근 광주의 한 대학 교수에 의해 미국의 명문 캘리포니아대에서 1170여 쪽에 달하는 영문판으로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

  이제까지 세계인에게 비친 20세기 이전의 한국은 거의 암흑의 세계였다. 우리는 헌법 전문에 찬란한 문화와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다고 명기할 만큼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세계인들이 동아시아를 논할 때 한국은 변방으로 밀려나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목민심서』 영역본은 한국학이나 동양학을 연구하는 외국인들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다. 관리의 부정과 토호의 작폐를 질타하고, 지방 관헌의 윤리적 각성을 촉구한 목민관의 자세는 요즘 우리 정부와 사회의 화두인 공정한 사회 구현과 상당 부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목민심서』는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지방장관에게 백성을 다스리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가 존립하고 정치가 행해지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을 잘살게 하는 것이다. 베트남 민족운동의 최고의 지도자 호찌민은 생전에 『목민심서』를 애독했다고 한다. 죽어서도 깨끗한 정치가로 존경받는 호찌민, 그에게 다산의 가르침인 『목민심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고전의 번역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우리 정신적 자산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도록 거대한 다리를 놓는 작업이다. 우리의 훌륭한 고전들이 세계인과 함께 할 때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현저히 달라진다. 우리는 20세기 후반 인류 역사상 유래 없는 압축성장을 했는데, 이는 우연의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된 우리의 문화적 저력도 큰 힘이 됐다. G20 정상회의를 위해 정부도 다양한 서프라이즈(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이번 G20 회의에서 『목민심서』 영문판을 세계 지도자들에게 선물하면 어떨까.

 『목민심서』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모든 국가에 상당히 유효한 지침으로서 국제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국격을 올리고 아울러 국가이미지를 향상시켜 ‘명품 한국’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 같다. 아울러 『목민심서』 선물은 안으로는 공정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만방에 천명하는 것이며, 밖으로는 공정한 국제사회 건설을 위해 각국의 동참을 주문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송진희 호남대 교수 산업디자인학과

 
*본 난은 16개 시·도의 오피니언 리더 50명이 참여하는 중앙일보 ‘전국 열린광장’ 지역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한 의견은 ‘전국 열린광장’ 인터넷 카페(http://cafe.joins.com/openzone)에 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