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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사로잡은 '분단의 한국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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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독일에서 시작된 한국문학 작가낭독회의 첫날 모습이다. 우리나라가 올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가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호철.고은.황석영.이문열 등 내로라하는 한국의 대표작가 16명이 현재 독일 각 도시를 누비고 있다.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독일인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특히 17일 개막되는 올 상반기 독일 최대의 문학행사인 라이프치히 도서전을 전후해 인근 지역인 동부 독일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게 된다.

▶ 14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한국문학 작가낭독회에서 소설가 이호철씨(오른쪽에서 둘째)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 사람 건너 윤흥길씨. 낭독회는 한국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열렸다.

행사 진행을 맡은 한국번역문화원 진형준 원장은 "한국.독일의 작가와 비평가가 참가해 쌍방향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철씨는 "한국작가와 독자와의 만남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취재에 나선 현지 언론인 앙엘리카 귀터 기자는 "한국은 독일에서 아직은 낯선 나라"라며 "독일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행사라 아주 유익했다"고 반겼다.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되자 독일인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 청소년은 "작품속의 인물을 다시 만난 적이 있느냐"고 순진하게 물었다. "장마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진지한 질문도 나왔다.

청중들은 한반도 통일문제에도 관심을 보였다. "한반도의 통일에 기여하기 위한 작가의 역할은 무엇입니까""언제쯤 통일이 될까요?" 마치 통일 전문가를 대하듯 이호철.윤흥길 두 작가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윤 작가가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문학자의 일이 아니다"고 하자 장내는 조용해졌다. 그는 "다만 전쟁의 고통과 민족의 동질성을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얘기하는 것이 작가가 통일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예정된 두 시간의 순서가 끝났지만 청중들의 궁금증은 해갈되지 않은 듯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슈테판 빅하르트 목사는 "분단국가라는 공통의 역사적 배경 때문에 독일인들이 한국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 조직위원회 측은 "이번 낭독회에 이어 4월부터 9월까지 추가로 62명의 한국작가들이 쾰른.함부르크.베를린 등 독일 전역에서 잇달아 순회문학강연을 열어 우리 문학을 퍼뜨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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