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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기술 한류 전파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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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베트남 중부 꿩아이시 쭝퀏 공업지역 내 BSR 정유공장에서 SK에너지 울산 공장에서 파견된 직원(오른쪽 둘째)이 베트남 직원들에게 동력공장의 조절 밸브 점검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SK에너지 제공]

“유조선이 들어오면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를 저장소로 옮기고 이후 다양한 증류·분해 공정을 거쳐 휘발유·경유를 만듭니다. 그 공정 하나하나에 멀리 한국에서 온 우리 직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3일(현지시간) 베트남 중부 꿩아이시 쭝퀏 공업지역 내 BSR 정유공장. 약 150만㎡에 달하는 이 공장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언덕 위 전망대에서 성학용 BSR 운영본부장은 “한류 열풍이 거센 베트남에서 ‘기술 한류’를 이끄는 곳이 바로 여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중부의 대표 도시 다낭으로 날아간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3시간가량을 달려야 만나는 쭝퀏 공업지역. 베트남 정부가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고, 상대적으로 낙후한 중부지방 개발을 목적으로 조성한 공단이다.

 BSR은 산유국이지만 원유 정제시설이 없던 베트남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정유공장이다. 베트남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PVN)이 약 25억 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자해 지난해 2월 완공한 공장으로 하루 15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등유 등을 생산하고 있다.

 SK에너지와 BSR은 지난해 9월 이 공장의 운영·유지보수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공장은 프랑스 업체가 건설했으나 운영권은 경쟁 입찰을 거쳐 SK에너지가 따냈다. SK에너지 울산 공장의 생산·기술·관리 분야 전문인력 100여 명이 이 공장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운영 자문료로 2014년까지 9000만 달러를 받는다. 정유공장 운영 경험이 없는 1200여 명의 베트남 직원에게 공장 운영의 노하우를 가르치고 전수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SK에너지는 운영을 맡은 후 세부 공정별로 160개의 현장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기술을 전수하고 베트남 주요 간부들과는 매일 1시간씩 의견을 교환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의사소통. 영어를 사용하지만 쉽지는 않다. 기술사업팀 이채강(42) 부장은 “우리에게 ‘콩글리시’가 있는 것처럼 베트남 영어도 알아듣기 어려운 게 많다”며 “트럭(truck)을 베트남 사람들은 ‘쩍’으로 발음해 처음엔 도저히 알아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첫 정유공장인 만큼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손짓, 몸짓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성학용 운영본부장은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는 정유공장 전체 정기 보수가 우리에게 남은 가장 큰 도전”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에 SK주유소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엔 호아이 지양 BSR 사장은 “한국 엔지니어들은 거센 바람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 공장처럼 열심히 일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꿩아이(베트남)=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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