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취임하는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학생·교사·학부모 의견 정책에 반영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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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장점과 개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8일 취임하는 장휘국(60·사진) 광주시교육감 당선자는 9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핀란드·스웨덴을 다녀왔다. 교육 선진국인 두 나라 사례를 참고로 광주 교육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서다. 우리와 달리 부모의 의지대로 자녀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교사를 신뢰하고 존경하는 게 무척 부러웠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학교뿐 아니라 가정·사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위에서 지시하기 보다 학생·교사·학부모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학생인권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체벌금지 ▶강제적인 보충·자율학습 금지 ▶성적공개, 우열반 편성금지 ▶두발 자유화 등의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청에 인권상담실을 설치하고 학교 부적응 학생에게 대안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교조 광주시지부장 출신인 그는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됐으나 전임 교육감의 임기(11월 6일)를 보장하는 규정에 따라 취임이 4개월 미뤄졌다.

 -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80여 개 학교를 찾아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배수구를 고쳐 달라는 것에서부터 학생문화회관 등 문화시설을 늘려 달라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중·고등학생들은 두발·복장 자율화와 야간 자율학습을 이야기했다. 교육계 주류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당선돼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란 말도 들었다.”

 -외국어고(외고) 설립, 자율형 사립고 문제 등으로 현 교육감과 충돌했는데.

 “외고가 ‘광주에만 없다’는 논리로 무리하게 추진되는 게 안타깝다. 다른 지역에선 외고 실패를 인정하고 자율형 사립고나 일반계 학교로 전환하고 있다. 외고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했다. 외국어 실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자는 당초 취지 대신 대학 입시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관련 학교 재단의 진정성은 물론, 심의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외고 설립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들어보고 판단하겠다. 꼭 필요하다면 과학영재교실처럼 외국어 영재를 선발해 지도하겠다. 영어·중국어 뿐 아니라 아랍어, 제3세계 언어 과정을 개설해 지도하겠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베트남·몽골 등 어머니 나라의 언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

 -혁신학교 논의가 활발하다.

 “학생들이 웃으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행복한 교육, 배움이 있는 교실’을 만들려는 것이다. 내년에 초·중학교 2개씩 모두 4개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혁신학교의 장점이 알려지면, 학교들이 자발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본다.”

 -촌지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비리가 적발되면 바로 퇴출시키는 ‘원 아웃제’를 시행하겠다. 교육감실에 직통전화를 설치하고, 예산절감 정책을 제안하는 공무원을 우대하겠다. 또 예산낭비신고센터를 운영해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지도하겠다.”

 -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겐 만화책『먼나라 이웃나라』를 추천하고 싶다. 내 아이들은 물론 후배와 제자들에게도 권했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쉽게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이라면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을 꼭 한 번 읽어 봤으면 한다. 돈 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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