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총리 인선 배경] 노 대통령, 후보 3명 '면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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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새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한덕수(56)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했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한 실장이 실물경제와 통상 등 경제 전반의 식견과 안목이 뛰어나고 공사 간의 생활도 매우 건실하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또 "1년간 국무조정실장을 하면서 참여정부의 경제철학과 정책을 꿰뚫고 있어 경제 회복의 기조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인사추천회의를 열어 한 실장을 단수 후보로 대통령에게 천거했다. 이해찬 총리는 지난 12일 한 실장을 문서로 제청했다. 이 총리는 이번 인선과정 초반 자신의 원내대표 경선 러닝메이트였던 강봉균 의원을 유력후보로 천거했고, 결국 자신과 호흡을 맞춰 온 한 실장을 대타로 입각시켜 '실세 총리'임을 확인시켰다.

노 대통령은 최근 한 실장은 물론 후보로 검토됐던 윤증현 금감위원장,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 등 세 명을 직접 만나 '면접시험'을 치렀다는 게 김 수석의 전언이다. 강 의원은 지방 선거 일정 때문에 만나지 못했다.

김 수석이 한 실장 인선 배경에 대해 "공사 간 물의가 없고 건실하고 시빗거리가 없더라"고 언급한 대목도 관심이다. 그는 "요즘엔 시빗거리가 많아 정책.업무관리능력과 함께 도덕성.성실성을 모두 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의 부동산 문제로 파장이 컸던 터라 검증에 상당한 무게가 두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김 수석은 그러나 아들의 병역 문제가 지적됐던 강봉균 의원에 대해선 "검증상 드러난 문제를 방어하지 못한 게 아니고 개인적으로 고사 의견이 있었다"며 "그분은 당정 간 가교 역할이 있다고 대통령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증현 위원장에 대해서는 "고사한 데다 금감위원장을 맡은 지 7개월밖에 안 됐고 거기서 할 일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언론에 2~4명의 후보군을 거명하고 여론 검증을 받게 하는 청와대의 새 인사 시스템은 이번에 적잖은 잡음을 남겼다. 탈락자들은 '아들 문제'로 상처를 입거나 과거 재직시의 불분명한 의혹을 시민단체가 집중 제기하는 등 파문이 적지 않았다.

김 수석은 그러나 "고위 공직자로 나설 사람은 감당하기 어렵더라도 이를 극복해야 할 만큼 자기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사회 전반에 이런 잣대가 적용될 것"이라고 현 시스템의 유지를 시사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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