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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파일] "가위질한 2분 살릴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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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영화 '피와 뼈'가 14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비디오.DVD 등급심의 신청을 냈다. 지난달 25일 개봉, 1만여 명의 관객을 기록한 '피와 뼈'는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이 1923년 제주도에서 일본 오사카로 건너간 김준평(기타노 다케시)이라는 '괴물 같은 남성'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지난해 일본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화제작이다.

상영등급이 확정된 영화는 일반적으로 비디오 등급을 따로 받지 않는다. 하지만 '피와 뼈'처럼 18세 관람가일 경우 비디오도 별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여기까지는 새로울 게 없다. 문제는 '피와 뼈' 비디오.DVD에는 극장 상영에서 삭제됐던 2분 가량이 제모습을 찾는다는 것. 특히 잘린 부분이 국가보안법과 관련돼 주목된다.

'피와 뼈'를 수입한 영화사 스폰지가 극장에서 걷어낸 대목은 좌익계열의 재일동포 청년이 북한으로 떠나는 장면. 조총련 사람들이 기차역에서 인공기를 흔들고, 북한노래도 부르며 북한을 선택한 친척.동료를 배웅한다. 지난해 부산영화제나 언론시사회에선 그대로 노출됐으나 국가보안법(고무.찬양) 저촉을 우려한 영화사 측이 일반 상영에선 자진 삭제했다.

영화사 측은 "해당 장면에 대한 법적 판정을 받으려면 개봉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며 "비디오.DVD에선 영화의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충무로에서 종종 논란이 됐던, 즉 상영횟수를 늘리기 위한 가위질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비디오는 출시 일정에 쫓기지 않고, 감독에 대한 '결례'도 만회해야 한다는 것.

사실 '피와 뼈'는 일본영화. 삭제 부분도 영화 자체를 그다지 훼손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말미 북한으로 건너가는 김준평의 씁쓸한 최후는 이념 대립을 넘어 좁게는 재일동포의 애환, 넓게는 한국현대사의 고단함을 드러낸다. 지난해 공산주의 혁명을 찬양하는 '적기가'가 삽입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던 '실미도'는 결국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었다. '피와 뼈'의 '회복된' 2분은 어떤 판정을 받을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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