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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불난 집에 부채질 왜

조인스랜드

입력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사업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게 서울시인데 이제는 아예 사업을 망가뜨리려고 하는 것 같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30조원이 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렸는데도 서울시가 뒷짐만 지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출자사들 사이에서는 요즘 이런 불만을 심심찮게 토로한다. 사업이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서울시가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출자한 30개 민간·공공기관 중 한 곳인 데다 이 사업이 서울시의 역점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의 핵심이기 때문.

“용적률 상향 안돼”

그런데 그동안 서울시는 지극히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졌으니 용적률을 좀 올려달라는 출자사들의 요구도 단칼에 거절했다. 용적률을 올리면 너무 고밀 개발된다는 것이다. 출자사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건 단지 용적률을 올려주지 않아서가 아니다. 출자사들이 모인 드림허브PFV의 한 관계자는 “서부이촌동 통합 개발을 밀어붙인 게 서울시”라며 “통합 개발로 인해 사업비가 증가한 것은 사업이 지연됐는 데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린 데는 서울시의 역할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서울시는 최근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한가닥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역세권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역세권법)도 걸고 넘어졌다. 국토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이 법은 역세권 개발구역의 건폐율과 용적률을 지자체 조례보다 1.5배 상향조정하고, 대지면적이 3만㎡ 이상되는 철도역 증축·개량이나 30만㎡ 이상의 신규 개발구역을 국토부장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 된 밥에 재뿌린다”

출자사들 모두가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이 법에 따라 하는 것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용적률을 올려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가 대뜸 건폐율과 용적률은 1.2배로 줄이고 철도역 증축·개량은 10만㎡ 이상, 신규 개발구역 지정은 100만㎡ 이상으로 넓혀 달라는 의견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렇게 되면 개발면적 57㎡ 규모의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이 법대로 사업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니 출자사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부 출자사들은 “서울시가 대놓고 훼방을 놓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30개 출자사 가운데 한 곳이고, 역점 사업의 핵심인 사업을 두고 서울시가 왜 이렇게 나오는 걸까. 우선 이는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체 개발 사업을 균형있게 관장해야 하는 서울시가 유독 용산 사업만 용적률을 올려주는 등 특혜를 준다면 여론의 따가운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한강변 고밀 개발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업무지구의 용적률을 더 올리면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단지와 더불어 한강변이 지나치게 고밀화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 한편 역세권법은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되면 규제심사를 거쳐 8월 말이나 9월 초에 확정돼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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