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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석, 여권 실세에도 로비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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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C&그룹 임병석(49·사진) 회장이 2008년 자금난에 빠진 그룹 회생을 위해 한나라당의 실세로 알려진 A의원에게 로비를 시도했던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정·관계 로비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A의원 등에 따르면 2008년 10월 임 회장은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당시 한나라당 당직자였던 B씨를 만나 “A의원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다. 임 회장은 B씨와 함께 같은 호텔의 음식점에서 식사 중이던 A의원을 찾아가 미리 준비해온 굴비상자를 건네며 인사를 하려 했다.

 A의원 측은 “A의원은 원래 모르는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그는 ‘내가 굴비를 왜 받느냐’며 임 회장과 B씨를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의원 측은 “상자를 열지 않았기 때문에 안에 뭐가 들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C& 측의 로비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정황이라고 보고 A의원을 만날 당시 임 회장과 함께 갔다는 C& 측 임원과 당직자 B씨 등을 조만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임 회장이 공식 후원금 준 의원은 한 명뿐”=임 회장은 사세를 본격 확장하던 2004∼2007년 국회의원들에게 공식 후원금을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2004∼2007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모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06년 한나라당 모 의원에게 130만원을 낸 것이 전부였다. 정치자금법상 2007년까지는 연간 120만원 이상 후원자가 모두 공개돼 있다.

 이 시기는 C& 측이 기업 인수합병(M&A)에 주력하며 회사 규모를 가장 크게 키웠던 때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임 회장의 정·관계 로비가 이때 집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시 임 회장은 잘 알고 지내던 정치인들에게 공식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았던 것이다. 임 회장뿐 아니라 C&그룹 본사 임원과 우방, 중공업 등 규모가 큰 계열사 14곳의 대표 등 주요 임원 40여 명 역시 단 한 차례도 후원금을 내지 않았다. C& 계열사의 감사가 열린우리당 모 의원에게 250만원을 냈을 뿐이었다. 임 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의원은 대부분 “공식 정치자금조차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만 “100만원을 받은 게 전부이며 영수증 처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임 회장이 자신이나 회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타인 명의로 쪼개 기부했거나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1일 C&그룹 임직원들을 불러 회사 자산을 팔아 얻은 수입의 사용처 등에 대해 조사했다. 2008년 이후 일부 부동산을 경매를 통해 급매한 배경과 이를 통해 조달한 수억원가량을 어떤 용도에 썼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한편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한화 S&C 진화근 대표를 소환해 그룹 내에서 부당한 내부거래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진 대표는 한화리조트·한화석유화학의 재무 총책임자를 지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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