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인선 방식에 문제점이 적지 않다. 청와대가 후보군을 흘렸다가 반응이 나쁘면 다른 후보를 또다시 내놓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재판식 인사검증은 해당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는 물론 인사 포퓰리즘이라는 점에서 그 해악이 심각하다.
당장 1차 후보군에 올랐던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과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날벼락을 맞았다. 청와대는 경제부총리 후보가 이들로 압축됐다고 비공식으로 밝혔다. 그랬다가 강 의원 장남의 병역 문제가 불거지고 참여연대가 윤 위원장의 환란시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부총재와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이란 카드를 차례로 내놨다. 강 의원은 재경부 장관으로 기용될 때와 지난해 17대 총선 때 걸러졌던 아들 문제로 다시 공개적 망신을 당한 꼴이 됐다. 이런 흠집이 난 채 인선에서 탈락한다면 강 의원에게는 앞으로 공직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다. 윤 위원장도 졸지에 구설에 올랐다. 금융기관을 감독할 금감위 최고책임자로서 난감하게 됐다. 어떤 흠결 때문에 부총리 임명은 안 된다면서 금감위원장으로는 괜찮다는 논리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올 들어 이기준 교육부총리와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사전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으로 떠나보냈다. 물론 그런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공직 후보를 여론의 시장에 던져놓고 거기서 살아나오면 임명하겠다는 청와대의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이 전 경제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한 뒤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여론재판이 끝난 상황이라 더 이상 부총리의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돼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그런데 그 후임자를 찾으면서 청와대가 앞장서서 여론재판을 유도하고 있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으로 차분히 검증해야 한다. 청와대가 국세청.경찰청 등의 손발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조용히 검증할 수 있다. 만일 법적 제약이 있다면 법을 고쳐서라도 시스템에 의한 검증을 하는 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