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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과기대 둘러싼 논란과 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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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평양과학기술대 학생들이 지난달 27일 외국인 교수 앞에서 영어실력 테스트를 받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 대학에 대해 “강의실에 김정일·김일성 부자의 사진이 없다”고 보도했다. 왼쪽 사진은 평양과기대에 세워진 김일성 영생탑.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 제공, 연합뉴스]

북한 평양시 낙랑구역 보성리 승리동. 지난달 25일 정식 개교한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주소다. 2001년 5월, 김진경 총장이 소속된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하 재단)은 북한 교육성과 평양과기대 건립 계약서를 체결했다.

같은 해 6월엔 통일부로부터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승인받았다. 이후 착공 7년 만인 지난해 9월 평양과기대 1차 준공식 및 총장 취임식이 열렸다. 100만㎡의 공간에 대학본부동, 학사동, R&D센터, 종합생활관 등 17개 동의 교육장과 국제 수준의 화상세미나실 및 영상강의실 등을 갖췄다. 이어 지난달 25일, 평양과기대는 정식 개교했다. 현재 정보통신공학부, 산업경영학부, 농생명식품공학부가 개설됐다.

 평양과기대의 시설 및 학사관리 등을 포함한 실질적 학교 운영은 남한 측 재단과 북한 교육성이 향후 50년간 공동 수행하도록 건립계획서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사실상 북한은 인력과 재원이 없다. 전반적인 운영권은 재단과 김 총장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 재단은 국내외 개인·단체로부터 평양과기대 건축 비용을 모금했다. 국회 외교통상위에 따르면 이 과정에 우리 정부가 지원한 10억원과 재단이 모은 후원금 390억여원이 투입됐다. 이후에도 매년 약 60억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외교통상위 소속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평양과기대 안에 ‘주체사상연구센터’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적힌 ‘김일성 영생탑’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비슷한 글귀가 적힌 기둥과 사상연구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그들을 돕고, 그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간 것인데 그곳의 정체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변과기대도 공산당 학과목 16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등 현지 사정을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에 학교를 짓기 위해 김 총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계좌에 거액을 입금했을 것이라는 ‘모종의 거래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김 총장은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미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벽돌, 철재와 모든 장비는 중국에서 들여온다. 한 번도 북한에 현금을 지불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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