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데뷔전서 데뷔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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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SV의 손흥민(가운데)이 FC쾰른과의 원정 경기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 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18세의 손흥민은 한국 선수로선 최연소로 분데스리가 골을 신고했다. 과거 분데스리가의 대스타였던 차범근은 27세였던 1980년에 데뷔 골을 넣었다. [쾰른 AP=연합뉴스]

“골 넣었다고 흥분하면 안 돼. 인간은 간사해서 스스로 들뜨게 마련이야. 그런 의미에서 네 노트북 컴퓨터는 내가 가지고 간다.”(손웅정 춘천FC 감독)

 “예, 아버지. 어쨌든 부상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다행이네요.”(손흥민·함부르크SV)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프리시즌 9경기 9골. 분데스리가 데뷔전 데뷔골. 성인식을 한참 남겨둔 18살 손흥민의 기록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30일 분데스리가 쾰른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1-1로 맞선 전반 24분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긴 뒤 침착하게 왼발로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팀은 2-3으로 패했지만, 함부르크 지역 언론은 ‘손흥민’에 흥분했다. 한 TV 해설자는 “과연 10대가 문전에서 저렇게 침착하게 골을 넣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정말 놀라운 한국인”이라고 극찬했다.

 혹독한 기본기 훈련이 응집된 골이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관전한 손 감독은 “높이가 아주 절묘했다. 골키퍼 머리 위로 띄운 공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수비수가 달려와 차냈을 것이다. 높이 조절을 감각적으로 한 부분을 칭찬해주고 싶다. 어릴 때부터 볼 터치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킨 게 그 골 장면에 들어 있었다”고 했다.

 손흥민의 이력은 특이하다. 학교 축구팀에 들어가지 않고 8살 때부터 매일 4시간씩 아버지와 함께 훈련을 했다. 공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 때까지 패스와 슈팅 훈련은 허락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아들을 학교 축구부에 보내지 않고 붙잡아 두는 손 감독에게 “미쳤다”며 손가락질을 했다. 손 감독은 프로축구 현대와 일화를 거친 공격수로 29세 때 큰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현재 K3리그 춘천FC 감독인 그는 기본기 없이 스피드와 패기만으로 축구를 했다는 게 창피해 아들에게 기본기 훈련을 더 혹독하게 시켰다.

 분데스리가 명문 클럽 소속이지만 기본기 훈련은 지금도 계속된다. 3주 전 독일에 온 손 감독은 “매일 1시간씩 하체운동과 줄넘기를 한 뒤 슈팅 훈련을 한다. 앞으로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개인 지도는 계속할 예정이다. 프로 선수들이 팀 훈련만 하고 ‘다 했다’고 하는 건 틀린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본기 훈련과 함께 가장 강조하는 게 마인드 컨트롤이다. ‘네 감정을 노출하지 마라’고 이르곤 한다. 오늘 경기 후 흥민이 노트북 컴퓨터도 내가 가지고 왔다. 오늘 같은 날은 메신저 채팅이 길어질 수 있고, 감정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경기 다음 날 아침(현지시간)이 돼서야 ‘분데스리가 데뷔골…정말 감사합니다. 자만하지 말고 ㅋ 흥민아 초심으로 돌아가자 ㅋㅋㅋ’라는 골 소감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길 수 있었다.

 손흥민의 데뷔골은 한국 축구 대표팀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공격수 부재가 큰 문제”라며 고민해 왔다. 조 감독은 지난달 한·일전(12일) 때도 손흥민 발탁을 고려했지만, 당시 손흥민은 발목 부상 때문에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손 감독은 “전반기 남은 7경기에서 2골을, 후반기 17경기에서 5골을 넣는 것이 흥민이의 이번 시즌 목표”라고 전했다. 독일에서는 한국 축구를 ‘차붐’으로 기억한다. 차범근(57) SBS 해설위원은 27세에 분데스리가에 데뷔해 11년간 98골을 기록했다. 차 해설위원보다 9살 어린 나이에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넣은 손흥민이 ‘차붐’을 넘어서 ‘쏜’의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손흥민은 …

▶ 생년월일: 1992년 7월 8일 ▶ 신체조건 : 1m84㎝, 75㎏ ▶ 출신교: 동북고 1학년 중퇴

▶ 포지션: 스트라이커 또는 측면 미드필더 ▶ 별명: 코알라(잠을 많이 자서)

▶ 좋아하는 음식: 삼겹살 ▶ 취미: 음악감상

18·27

18 손흥민이 분데스리가 데뷔골 넣은 나이.
27 차범근이 분데스리가 데뷔골 넣은 나이.

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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