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고, 피우고, 운동은 않고 … 아저씨들, 가족 생각 하셔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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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부인과 초·중학생 아들 둘을 둔 40대 초반의 김모씨. 평소 술과 담배·야식을 즐겼고, 운동은 하지 않았다. 매년 직장 건강검진에서 비만·고지혈증·지방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달 초 회식자리에서 갑자기 가슴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동료들은 급하게 그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그러나 심장의 관상동맥 중 왼쪽으로 내려가는 가지 혈관 입구가 혈전에 의해 완전히 막힌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관상동맥우회술까지 시도했지만 3일째 되던 날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

40~50대 돌연사 증가 … 심장질환 연령 낮아져

심장질환이 중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심근경색증과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1999~2009년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이 52%나 증가하면서 전체 심장질환 사망률 증가(23.3%)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나머지 심장질환이 1.6%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2003년 인구 10만 명당 35.3명에서 2009년엔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심장질환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도 문제다. 한림대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우정 교수는 “심장질환은 60~70대가 대다수지만 최근 40~50대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심장은 한번 손상되면 건강했던 상태로 되돌릴 수 없으므로 평소에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권현철 교수는 “젊은 가장이 쓰러지면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의료비 증가와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심장질환자의 60~70%는 남성이지만 여성이라고 안심할 순 없다. 여성 심장질환은 폐경기 이후 급격히 느는데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아 놓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원들도 경쟁적으로 심장질환을 특화해 센터로 키우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인천 길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한림대 평촌병원·세종병원·동아대병원 등은 이미 별도의 심장센터를 갖추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9월 첨단 심장검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존 심장혈관센터를 확장했다. 서울대병원과 경희의료원처럼 새롭게 심장혈관센터를 준비 중인 곳도 있다.

 실제 고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의 2003년·2009년 자료를 비교한 결과, 관상동맥조영술(CAG)을 받은 환자는 90%,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환자는 11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급증하는 이유는 고령화와 생활습관의 변화 때문.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비만과 고콜레스테롤 등 대사증후군이 느는 데다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해 동맥경화증이 되고, 이로 인해 심장에 혈액 공급이 잘 안 돼 허혈성 심혈관질환에 빠진다”고 말했다.

미국, 예방관리로 사망률 50% 이상 줄어

심혈관질환의 증가로 국가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 심장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115만 3946명. 이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한 진료비는 7615억2796만원에 달했다.

 정부는 2006년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을 세우고 이듬해부터 예방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위험요인 관리를 통해 지난 30년간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을 50% 이상 감소시켰다. ‘국가고혈압 교육 프로그램’ ‘당뇨 등록관리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홍정익 사무관은 “식사와 생활습관이 점차 서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심장질환이 늘고 있어 예방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고혈압·당뇨병·비만 등을 조기 발견해 관리하고, 흡연, 신체활동 감소, 고지방 식사 등을 관리하도록 대국민 홍보를 펴고 있다.

 전국 권역별로 심뇌혈관질환관리센터를 선정, 예방과 진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동아대병원·원광대병원·충남대병원 등 총 9개 지방병원이 선정돼 시설·장비 지원비로 각 60억을 받고 있다.

 홍 사무관은 “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1339번(응급의료정보센터)을 눌러 지역에서 가까운 병원을 안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이주연 기자 gold@joongang.co.kr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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