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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마약 확산 부를 '대마초 허용' 말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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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부 연예인과 예술인이 대마가 위험성이 작아 이를 처벌하는 것은 민주사회에 맞지 않으므로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대마는 생리학적으로 인체에 커다란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과학적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대마를 흡연했을 경우 중독성이 있으며, 생리작용의 변화로 인한 운전능력 저하는 보통사람보다 2.5배의 이상의 교통사고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동기 감소, 학습능력 장애, 가족 및 학교 문제 발생에 대마의 흡연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대마가 생리학적으로 인체에 직접적으로 끼치는 피해는 다른 마약에 비해 작지만 결코 환각성과 유행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마도 유엔의 기준이나 대다수 국가의 법령에 의하면 분명히 통제 마약이다. 대마가 마약류라는 점에서는 국제기구나 국가의 정책이 일치하나 마약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각국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르다. 유럽 국가들이 대마의 개인 복용 목적 소지나 사용을 비범죄화할 뿐이지 합법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마 복용의 합법화라는 말도 맞지 않다. 네덜란드에서도 분명히 대마 흡연은 범죄다. 다만 형사정책상 경미한 개인 사용 목적의 소지나 복용은 사법기관에서 용인해 범죄화하지 않을 뿐이다.

유럽 국가의 마약에 대한 비범죄화 정책은 대마가 인체에 끼치는 해악이 작아서가 아니다. 각종 마약이 사회.문화적으로 널리 퍼져 있어 사법기관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인정하고 경찰력을 효율적으로 마약통제에 투입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제한적인 경찰력으로 사회에 만연된 마약 문제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단순 마약 사용자보다는 마약의 제조.판매.알선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심지어 포르투갈은 심각한 수준의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마약의 개인 사용 목적의 소지나 복용을 비범죄화하고, 마약의 제조.판매.알선 수사에 경찰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일본.중국은 마약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많은 예산과 자원을 투입해 모든 마약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마약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향후 국가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환경에 맞는 마약 통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마약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마약 청정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마약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형사정책적인 관점에서 마약을 금기시하는 사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천문학적 비용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제 일부 연예인과 문화인의 개인적 자유를 위해 이 소중한 환경을 버리려 하고 있다. 생태적인 환경뿐 아니라 사회환경도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마약 복용은 분명히 범죄이고, 아직 우리나라는 사법기관에 의해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다. 마약에 대한 사회환경이 다른 외국 국가와 단순 비교해 대마 흡연의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것은 개인적 자유는 누릴 수 있지만 향후 선진국과 같은 심각한 마약의 확산으로 모든 마약의 소지와 사용을 비범죄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까 두렵다.

이종화 경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