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보장 말 믿다 2200만원 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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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산항운노조 현장반장 김모(45.구속)씨에게 취업을 미끼로 사기당한 김모(46.부산시 해운대구 좌동)씨는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알토란 같은 돈 2200만원을 날린 것도 억울하지만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생각에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있다.

아내와 함께 꾸려 가던 분식집이 잘 안 돼 일자리를 알아보던 그에게 지난해 7월 초 김 반장이 "부두에 일자리가 있는데 생각이 있느냐"고 제의해 왔다. 항운노조원이던 친구 동생이 소개를 한 데다 "정년 때까지 부두에서 일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사례비로 요구한 2200만원이 벅찼지만 연봉이 3000만원이라는 말에 22평 아파트를 담보로 1500만원을 대출받고 700만원을 빌려 준비했다. 그는 이력서 등 서류를 넘겨주고 2주일쯤 뒤 "노조신분증과 출입증이 나왔으니 돈을 가져오라"는 연락이 와 김 반장에게 돈을 건넸다.

8월 중순께 감만부두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은 그는 들뜬 기분으로 부두에 나가 세 시간이나 기다렸으나 김 반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뒤 5개월이 넘도록 취직이 안 되자 김 반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김 반장은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요즘 건설현장 등에서 날품팔이를 하는 김씨는 "자녀 3명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버는 데도 허리가 휘청할 정도인데 사기까지 당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돈 때문에 부부싸움도 잦은 등 정신적.물질적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현장소장 김씨의 또 다른 피해자 차모(28.경북 경주시)씨도 지난해 8월 김씨에게서 "연봉 3000만원에 정년 보장" 약속을 받고 2500만원을 건넸다. 김씨는 "돈을 주고 부두에 취직한다는 소문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라고 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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