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대들보’ 김주성 빠진 동부 끈적한 변칙 수비 빛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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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표명일(왼쪽)이 골밑슛을 시도했으나 LG 전형수에게 막히고 있다. 표명일은 13점·10도움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부산=연합뉴스]

대들보 김주성(동부)은 없었지만 끈적끈적한 수비만큼은 예전 그대로였다. 구겨졌던 강동희 동부 감독의 얼굴이 마침내 활짝 펴졌다.

 동부가 27일 원주에서 열린 프로농구 홈 경기에서 삼성을 78-60으로 꺾고 3연패를 끊었다. 김주성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빠진 뒤 첫 승이다. 동부는 3승3패로 승률 5할을 맞추며 공동 5위로 뛰어올랐다. 삼성은 2연승을 마감하며 4승2패가 됐다.

 동부는 초반부터 삼성을 압도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부의 수비가 삼성의 공격을 잠재워 버렸다. 강동희 감독은 경기 전 “애론 헤인즈(삼성)를 어떻게 막는지 제대로 보여 주겠다. 다른 팀이 안 썼던 수비 전술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헤인즈는 득점 1위(평균 31.6점)로 이정석·이규섭·이승준 등 아시안게임 대표 3명이 빠진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었다.

 강 감독이 공들여 짜낸 전략은 변칙 압박수비였다. 삼성에 진 팀들은 돌파가 좋은 헤인즈에게 외국인 선수 한 명만 붙였다가 낭패를 봤다. 하지만 동부는 헤인즈가 공을 잡으면 외국인 선수뿐 아니라 국내 선수 한 명이 더 달라붙어 파고들 틈을 주지 않았다. 헤인즈가 바깥으로 공을 빼면 곧바로 도움 수비를 풀어 외곽슛 기회마저 차단했다. 앞 선에는 포워드 윤호영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10개 팀 중 유일한 90점대 평균득점을 자랑하는 삼성이었지만 동부의 수비에 속수무책으로 막혔다.

 삼성은 1쿼터 12점, 2쿼터 10점에 그쳤고 헤인즈는 전반 7점으로 침묵했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목소리를 높여 봤지만 한 번 꼬인 공격의 실마리를 좀체 풀지 못했다. 삼성은 전반에만 1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수비가 잘 먹혀들자 동부의 공격은 저절로 살아났다. 윤호영은 양팀 최다인 26점을 넣고 5리바운드를 걷어내 공수에서 김주성의 빈자리를 확실하게 메웠다. 특히 삼성이 3점 차까지 쫓아온 3쿼터에만 10점을 퍼부어 상대의 추격의지를 꺾어 버렸다. 골밑으로 파고드는 플레이뿐 아니라 간간이 터뜨리는 외곽슛도 돋보였다. 이날 3점슛 6개를 던져 3개를 성공했다. 장기인 블록슛도 2개 했다.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도 10점·12리바운드로 윤호영과 함께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삼성은 4쿼터 중반 17점 차로 뒤졌고, 반격다운 반격을 하지 못했다. 안준호 감독은 이래도 저래도 안 되자 4쿼터에 헤인즈(14점)를 빼 버렸다. 사실상 경기 포기였다.

 부산에서는 홈팀 KT가 LG를 82-72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KT는 이날 동부에 패한 삼성과 경기가 없었던 전자랜드를 끌어내리고 단독 선두가 됐다. 외국인 선수 제스퍼 존슨이 21점을 올렸고, 조동현과 박상오가 15점씩 넣는 등 주전 전원이 고르게 활약했다.

원주=김우철 기자



◆프로농구 전적(27일)

▶원주 동부(3승3패) 78-60 삼성(4승2패)
▶부산 KT(5승1패) 82-72 LG(3승3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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