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경주 불국사 대석단과 자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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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종이에 먹펜, 26X59cm, 2010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울린 불국사(佛國寺) 전면 사진을 보면 ‘불국토가 있다면 이렇게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들의 구도는 모두 왼쪽에서 찍은 것입니다. 오른쪽에서는 큰 소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사진 찍기가 어렵습니다.

 불국사 전면 축대를 대석단(大石壇)이라 합니다. 대석단 왼쪽 연화교와 칠보교는 극락전으로 오르는 작은 계단이고, 오른쪽 청운교와 백운교는 대웅전으로 가는 큰 계단입니다. 청운교 위 자하문(紫霞門)이 주 출입구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는 것이 안타까워 펜화로 도전해 보았습니다. 신라 법흥왕 15년(서기 528년) 창건 당시 모습은 알 수 없습니다만 1920년대에 찍은 사진에 큰 소나무가 없으니 원래 모습을 되찾은 셈입니다. 대석단 앞 연못은 자료가 없어 재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단단한 돌을 세밀하게 가공하여 목제 가구 만들 듯 짜 맞춘 공법, 자연석 모양에 맞추어 장대석을 도려내 결합시킨 그랭이 기법 등은 축대를 튼튼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최고급 기술입니다. 돌을 떡 주무르듯 하던 솜씨로 석가탑·다보탑과 대석단을 만든 것입니다.

 신라 장인들이 혼을 담아 쌓은 대석단 위에 안양문·범영루·자하문·좌경루가 날아갈 듯한 자태로 서 있습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목조 건축의 백미입니다. 이쯤은 돼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겠죠. 연화교와 칠보교가 국보 제22호, 청운교와 백운교는 국보 제23호입니다.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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