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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펀드 10조' 분석해 보니…4050 그들 통큰 투자 앞장 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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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40~50대 중장년층이 주식형 펀드 열풍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20~30대는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40대 이상은 안전성 위주로 자산 운용을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 미국의 다우지수가 네 자릿수를 넘으며 장기 상승 국면에 들어설 때도 베이비붐 세대가 40대에 접어들면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게 밑거름이 됐다. 고객들이 주식형 펀드에 맡긴 돈은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중장년층의 변화=현대증권이 1월 말 '가가호호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2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40대 가입자의 73.2%가 주식형(주식 투자 비중 60% 이상)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50대(69.1%)의 주식형 펀드 선호도도 미세한 차이지만 30대(68.5%)를 앞섰다. 가입자 수에선 30대 비중이 컸으나 월 적립금에선 40대가 77만원, 50대가 89만원으로 30대의 31만원보다 배 이상 많았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에 펀드 자산의 80% 이상을 투자하는 삼성증권의 '웰스플랜 80'의 경우 총 수탁액 454억원 중 40대 수탁액이 158억원으로 35%에 이른다. 30대는 108억원, 50대는 90억원이었다. 증시를 떠받치는 자금의 주공급원이 중장년층이었던 셈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적립식 펀드에 시큰둥했던 중장년 투자자들이 이제는 먼저 펀드 투자에 관해 문의할 정도"라며 "중장년층은 경제 상황에 밝고 상품 특성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말했다. 최근 본지가 직장인 41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40대 다섯 명 중 한 명은 '금융상품 정보를 적극적으로 챙긴다'고 답해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 증권사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부자아빠 골드플랜'(한투증권) 같은 노후 대비 상품이나 '삼성웰스플랜'(삼성증권) 등 세대별로 특화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의 서형종 상품지원과장은 "지난해 말부터 주식 투자 비중을 세대별로 다르게 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중장년층 고객 가운데 펀드 구성을 보다 공격적인 형태로 바꿔 가입하는 고객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배경과 영향=경제 활동의 주력부대가 30대에서 40대로 바뀌고 있다. 1990년 말 경제활동인구(15세 이상)에서 차지하는 30대의 비중은 30.2%였고 40대는 19.5%였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말엔 30대가 26.9%, 40대가 27.2%로 역전됐다. 박미경 한투증권 고객자산관리부장은 "20대는 실업난에, 30대는 내집 마련에 따른 대출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40대 이후가 주식 관련 상품 시장의 중심 세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중장년층의 투자 성향 변화는 증시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유 자금이 상대적으로 많고 은퇴 이후 노후에 대비한 장기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단기 자금 이동이 20~30대보다 적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 류승선 책임연구원은 "가계의 자산 운용 방식이 예금에서 간접 주식투자로 바뀌면서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소비 심리가 좋아지는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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