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우리은행 ‘C& 부당대출’ 적발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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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 우리은행이 2007년 11월과 2008년 4월 C&그룹에 725억원을 부당 대출해 줬다가 감사 원에 적발돼 제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태성 기자]

우리은행이 2007년 11월과 2008년 4월 C&구조조정(유한회사)과 C&중공업에 모두 725억원을 부당 대출해 줬다가 감사원에 적발돼 제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6월 우리은행 종합검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C&그룹에 대한 대출이 모두 적법했다고 주장했지만, 감사원 감사와 금감원 검사에서 이미 부당대출이 드러난 것이다. 부당대출은 모두 박해춘(62·현 용산역세권개발회장) 전 행장의 재임 때 이뤄졌다. 이 기간은 박 전 행장의 동생이 C&중공업의 사장으로 있을 때와 겹친다. 우리은행은 부당대출이 단순히 실무자들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또 11월부터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감사를 벌일 예정인데, 필요하면 C&그룹 대출에 대해서도 추가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확인된 부당 대출=감사원은 우리은행이 2007~2008년 C&구조조정에 625억원, C&중공업에 100억원의 부당대출을 해 준 사실을 2008년 10월 감사 보고서에서 밝혀냈다. 당시 우리은행은 C&구조조정에 담보액 한도 이상으로 대출을 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C&구조조정은 C&그룹이 그룹 구조조정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은 다른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줄 때 발행주식의 20%를 초과하는 담보에 대해선 대출을 할 수 없다. 이 규정에 따라 C&구조조정에 대한 대출이 이뤄질 당시 유효한 담보가액은 267억원인데, 우리은행은 625억원이나 대출해 줬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2008년 8월부터 대출이자가 연체되고, 담보로 취득한 주식 가격이 급락해 우리은행은 결국 대출금 중 50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우리은행이 2008년 3월 19일 C&중공업에 100억원의 운전자금을 부당하게 대출해 줄 때는 담당자가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C&중공업의 경우 운전자금 대출 한도를 초과한 상태였는데도 담당 심사역은 130억원의 대출 한도가 남아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여신위원회 대출심사를 통과했다. 감사원은 두 건의 대출과 관련해 3명의 실무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고, 우리은행은 이들 직원을 징계했다.

 ◆윗선 개입 없었나=감사원은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때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익명을 원한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계좌추적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고 정보가 제한돼 실무자 이외에 다른 사람의 개입이 있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측은 “실무자의 잘못 때문에 생긴 것이지 당시 은행장이 외압을 넣은 게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른 은행의 여신담당자는 “실무자가 대출규정을 무시했는데도 여신위원회가 이를 모르고 승인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과 그의 동생 택춘(60)씨를 조만간 소환조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박 전 행장이 행장에 선임되던 2007년 초 택춘씨가 C&중공업 사장으로 승진했고, 이 즈음 C&그룹에 대한 우리은행의 자금 지원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다. 검찰은 박 전 행장이 C&그룹에 대한 대출을 승인했거나 최소한 묵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김종윤·김원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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