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불매” 외치다 “부패 반대” … 중국 당국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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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의 반일시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로 촉발된 시위가 사실상 중국 당국의 묵인 아래 벌써 2주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반정부시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중국 당국은 부랴부랴 시위 확산을 차단하고 나섰다.

 25일 일본과 홍콩 언론에 따르면 주말 쓰촨(四川)성 더양(德陽)시에서 시민 1000여 명이 반일 구호가 적힌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정부의 강경대응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와 산시(陝西)성 바오지(寶鷄)에서도 학생이 주축이 된 반일시위가 이어졌다. 란저우에서는 2000여 명의 대학생이 거리에 모였고, 바오지의 시위대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구호를 외쳤다. 반일 구호와 함께 “일당 독재체제, 관료와 부패에 반대한다” “비싼 집값을 내려라” 등 반정부적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반정부시위가 벌어지자 치안 당국이 플래카드를 몰수하고 시위자들을 연행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일부 반일시위대가 빈부격차와 정치체제를 거론하는 등 시위 양상이 변질될 조짐을 보이자 시위 자제를 촉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난징(南京)에서는 100여 명이 24일 반일시위를 하기 위해 모였다가 치안 당국의 제지로 해산됐고, 충칭(重慶)에서도 대학 당국이 집회에 참가하려는 학생들의 외출을 금지하는 등 시위를 사전에 차단했다. 그러나 인터넷과 휴대전화 메일을 통해 시위 정보가 퍼지고 있다.

 인민일보는 24일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한 사설을 통해 “반일시위는 이성적 애국 행위”라면서도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일해 국력을 키우는 게 주변국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반일시위를 주요 기사로 다루지 말라는 보도지침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 당국은 주요 도시의 일본 총영사관에 경찰력을 추가 배치했고, 다음 달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광저우(廣州)시는 공안요원들의 경계근무를 강화했다.

 ◆센카쿠 근해선 여전히 신경전=일본 해상보안청은 24일 밤 센카쿠 열도의 한 섬인 우오쓰리지마(魚釣島) 북서쪽 33∼37㎞ 해역에서 중국 어업지도선 2척을 발견했다. 해상보안청은 중국 어업지도선에 “일본 영해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했고, 중국 측 선박은 곧바로 해역을 떠났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일본 관방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어업지도선 2척이 센카쿠 열도 부근 해역을 지나간 데 대해 외교 루트를 통해 중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배가 지나간 곳은 영해가 아닌 접속수역(영해에서 12해리)이다. 영해를 벗어나면 200해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이라고 해도 외국 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러나 중·일 갈등 이후 일본은 접속수역의 출입까지 규제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쿄·홍콩=박소영·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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