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세금 지키자" 反오바마 내세운 풀뿌리 유권자 조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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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20면

티 파티 운동의 출발은 반(反)오바마 정서다. 지난해 1월 백악관에 입성한 오바마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섰다. 금융위기가 대공황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이를 놓고 보수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부실 회사를 살리려 한다며 비난했다. 바로 그때 보수 투자 전문 웹사이트 마켓티커(Market Ticker)에 누군가 ‘항의 표시로 의원들에게 차(tea)를 한 봉지씩 보내자’는 제안을 했다. 곧이어 워싱턴 국회의사당의 의원실에 차 봉지가 하나씩 배달됐다. 차 봉지 배달은 ‘보스턴 티 파티’ 사건을 연상시키려는 아이디어였다.

티 파티는 먼저 뿌리가 같은 ‘공화당 주류와의 전쟁’부터 시작했다. 공화당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곳곳에서 주류 후보를 제치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티 파티 지지 아래 결선에 진출한 공화당 후보는 하원 129명, 상원 9명이나 된다. 티 파티의 위력은 지난 1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지난해 8월 사망)의 아성이었던 매사추세츠주에서 발휘됐다. 민주당의 오랜 텃밭에서 공화당의 스콧 브라운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오바마에 대한 실망감과 티 파티의 열성적인 선거운동 결과였다.

티 파티의 확산 과정에서 세라 페일린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가시 돋친 공격으로 각광받았다. 페일린은 이번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32명의 티 파티 후보를 지지해 그중 21명이 승리하도록 도와줬다.

공화당 내부의 전투에서 기대 이상의 전과를 올린 티 파티 후보들은 이제 중간선거라는 싸움터에서 민주당과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부터 공화당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티 파티의 극우 성향이 본선에서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티 파티가 백인 우월주의, 국수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이 교육부·상무부 폐지, 사회보장·메디케어(65세 이상 고령자 보험) 단계적 폐지 등 공화당 지도부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원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놓고 티 파티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공화당과 티 파티 사이의 분열을 목격한 민주당은 판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내심 반기는 눈치다. 민주당은 또 다른 반사이익도 얻고 있다. 티 파티가 돌풍을 일으키자 민주당 지지층, 특히 흑인·이민자들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들은 2008년 대선 때보다 훨씬 더 높은 80% 이상의 투표 의사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흑인들이 지난번 대선 때와 같은 투표율을 보인다면 선거전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민주당 지도부는 판단한다. 심지어 하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객관적인 평가는 여전히 ‘공화당 우세’다. 최근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이라크·아프간 전쟁이 지지부진한 마당에 다수의 미국 유권자가 야당인 공화당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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