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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미는 습관이 환절기 가려움증 더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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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18면

찬바람이 불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피부 건조증’이다. 허옇게 일어난 각질에 심한 가려움까지 더해져 시도 때도 없이 몸 구석구석을 긁게 만든다. 이 불청객은 잠자리에서 더 기승을 부린다. 밤새 긁적대느라 선잠을 잔 후 벌개진 피부에서는 진물이 나거나 피가 나기도 한다. ‘고문’과 같은 피부 건조증은 왜 생길까.

피부 보호막인 ‘각질층’ 마르면 벗겨져
성인 기준 신체를 덮고 있는 피부의 면적은 약 1.62㎡다. 피부의 중요한 기능은 외부 유해물질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고 인체 내부의 수분과 전해질의 유출을 막는 것이다. 세포는 60~70%가 수분이다. 수분이 부족하면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피부도 마찬가지다.

피부는 수분을 유지하려고 각질화 과정을 통해 ‘각질층’을 만든다. 기와모양의 세포와 기름층으로 만들어진 각질은 약 10㎛ 두께로 피부를 견고하게 덮고 있다.

피부 건조증의 원인은 이 각질층에 있다. 각질층의 적절한 수분 함량은 15~20%. 습도가 60%로 유지되면 각질층은 얌전히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요즘처럼 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지는 건조한 계절이면 각질층이 들썩거린다. 각질의 수분 함량이 10% 이하가 되면 허옇게 들뜨고 갈라지기까지 하는 ‘피부 건조증’이 생긴다.

각질층이 떨어져 나가면 피부를 통한 수분 손실이 15~20배 증가한다. 한번 파괴된 각질층이 복구되려면 1~2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날씨가 추워져 피부 피지선의 지방분비량이 줄어든 것도 피부 건조증을 부추긴다.

피부 건조증이 오면 슬금슬금 가렵다가 피부가 붉어지고 미세하게 각질이 일어난다. 증상이 심하면 가뭄 뒤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고 조그만 자극에도 극심한 가려움증이 몰려온다. 가려움은 피부의 보호막인 각질층이 떨어져 나가며 이물질들이 피부에 직접 닿아 발생한다. 가려움은 수면 중 가장 심하다. 낮에는 활동을 하며 신경이 분산돼 상대적으로 가려움을 덜 느낀다. 하지만 활동량이 없어지는 잠자리에선 온 신경이 가려움에 집중된다.

피부 건조증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가 있는 모든 곳에 생긴다. 특히 피지분비선이 적은 다리의 정강이 주변에 많이 나타난다. 팔과 다리의 바깥쪽도 마찬가지다. 허리띠 때문에 피부 마찰이 생기는 골반·허리 주위에도 각질층이 일어난다.

피부 건조증은 신체의 수분 함량과 피지 분비 기능이 떨어지는 40대 이후 많이 발생하지만 식생활 습관과도 관련 있어 젊은 층도 안심할 순 없다. 카페인 성분이 있는 차 종류와 알코올을 즐기면 신체 수분을 뺏어가 영향을 준다. 창문이 없는 고층빌딩처럼 건조한 환경에서 장시간 생활해도 나타난다. 때를 미는 습관은 각질층 손상에 ‘직격탄’을 날린다. 아토피 피부염, 건선, 지루피부염 등 피부질환이 있으면 피부 건조증까지 겹쳐 증상이 악화된다.

피부 건조증은 가을과 겨울에만 발생하는 계절성 증상이다. 그러나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 증상이 장기화되면 피부가 건조해서 생기는 건성습진으로 악화된다.

건조한 계절이 지났어도 피부 건조와 가려움증이 남아있다면 다른 병을 의심할 수 있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는 요독증이 있어도 피부는 가렵다. 갑상선 질환, 백혈병, 폐쇄성 담도 질환, 당뇨병도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다. 전신의 각질층이 벗겨지면 피부암의 일종인 박탈피부염을 의심한다.

한방에선 체질 따라 대처법 달라
피부 건조증의 원인은 한방의 사상체질(四象體質)로도 접근할 수 있다. 사상체질에선 사람의 성격, 체형, 아픈 증세에 따라 크게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 네 가지 체질로 나눈다. 사상체질을 간단히 살펴보면 태양인은 체형이 마르고 긴 직사각형이다. 태양인은 1만 명에 1~2명으로 그 수가 적다. 소양인은 역삼각형 체형에 성격이 급하고, 태음인은 과체중이 많은데 몸통이 큰 넓적한 직사각 체형이다. 소음인은 어깨가 좁고 엉덩이가 큰 정삼각형 체형이다.

‘소음인’은 평소 소화력과 호흡이 약해 마른 사람이 많다. 근육 양도 적어 체력도 약하다. 근육 중 적색근은 몸에 열을 만드는 적색근이 적어 겨울이면 몸이 차고 손발의 혈액순환이 떨어진다. 특히 소음인은 소화 기능 때문에 육류 섭취가 적고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한 건조한 체질이어서 피부 건조증이 많다. 소음인 체질은 혈허(빈혈)가 있으면서 혀의 붉은 색이 흐리고 모발도 가늘어지고 손톱도 얇아지는데 몸에 기름기가 없어서다. 피부 건조증을 줄이려면 건조한 체질에 맞게 밍크오일처럼 유분 함량이 많은 오일을 쓴다.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고 말초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당귀차나 계지차 등으로 마신다.

‘소양인’은 기(氣)의 흐름이 빠른 체질이다. 호흡이 좋아 많이 먹어도 체중이 쉽게 늘지 않는다. 대신 쉽게 열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소양인은 대부분 체격이 좋고 잘 먹어 열과 땀이 많다. 하지만 몸이 차고 땀이 없는 사람도 있다. 소양인의 피부 건조증은 대부분 속열이 원인이다. 평소 열을 내는 음식인 닭고기를 즐기고 술·달걀·고등어 등을 좋아하면 건조증과 함께 피부묘기증(가려움증)을 더 호소한다. 소양인은 코코넛 오일처럼 피부의 열을 발산시키면서 동시에 보습효과를 볼 수 있는 코코넛 오일이 좋다.

‘태음인’은 선천적으로 간의 기능이 좋아 식욕이 좋고 말초신경까지 혈액순환이 좋다. 쉽게 살이 찌고 체격이 크다. 피부가 붉고 열이 많으며 맥(脈)이 강한 게 특징이다.

육류를 즐기기 때문에 피지 분비가 왕성해 피부 건조증보다 알레르기 반응을 많이 호소한다. 태음인이 호소하는 피부 건조증은 간의 열이 피부로 발현된 것으로 본다. 한방에선 간의 열을 식혀주는 약재인 ‘갈근’을 처방한다. 갈근차를 복용하면서 보습을 해주면 피부 건조증이 완화된다.

태음인 중 가려움증과 피부건조를 동시에 호소하면 유황온천욕을 권한다. 유황은 피부의 열을 뺏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왕조는 대부분 태음인으로 알려졌는데 유황온천을 즐겼다고 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 한림대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김상석 교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의학과 김선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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