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이슈] 학교 폭력 '더 무서워진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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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폭력은 남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4일 오후 3시쯤 부산의 모 중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다른 여학생을 폭행하고 있다.부산=송봉근 기자

4일 오후 인천 연안부두. 서모(44.여)씨는 친구들의 왕따를 견디지 못해 지난 1월 자살한 아들(18.당시 고교 3년)의 유골이 뿌려진 곳에서 49재를 지내고 있었다. 아들은 친구들에게 3년간 수시로 폭행과 왕따를 당했다.

같은 날 오전 정부는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교육인적자원부.법무부.행정자치부.문화관광부.경찰청 등은 이날 공동담화문을 발표하고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는 김진표 교육 부총리, 정동채 문화부 장관, 김상희 법무부 차관, 권오룡 행자부 차관, 허준영 경찰청장이 나왔다. 4개 부처와 경찰청이 한자리에 모여 학교폭력 문제를 거론하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김 부총리 등은 "학교폭력이 '일진회' 등 서클을 중심으로 집단화.흉포화되고 있다"며 "일부 음란 폭력성 영상물을 모방한 충격적인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학교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금품갈취, 언어.신체 폭력, 집단따돌림(왕따)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고교 3학년 학생 500여만 명을 조사한 결과 폭행이나 협박을 당한 학생은 응답자의 10%가 넘었다. 열 명 중 한 명꼴로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성인 폭력 조직을 모방해 행동강령을 만드는가 하면, 금품을 갈취해 선배에게 상납하는 등 조직화되고 있다. 초등학생들도 일진회를 만드는 실정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경찰에는 폭력과 관련해 7200여 명의 학생과 22개의 폭력서클이 적발됐다.

인터넷에 특정 학생의 안티 카페를 만드는 등 사이버 폭력도 첨단화되고 있다.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전학을 가더라도 이전 학교의 가해 학생들이 전학 간 학교의 게시판 등에 소문을 내 '릴레이 왕따'를 가하거나 e-메일을 보내 괴롭히는 경우까지 벌어지고 있다.

글=김승현.백일현 기자<shyu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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