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일본 새 교과서 채택 훨씬 늘어날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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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후쇼사에서 발행하는 중학교용 '새로운 역사 교과서'(이하 후쇼사판)의 개정판 내용은 2001년 나온 현행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한.중.일 역사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3국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일본 도쿄대 마쓰모토 다케노리(松本武祝.농업경제학.사진) 교수의 말이다. 종군위안부 문제 등 일본 침략전쟁의 과오를 축소해 기술하기는 개정판이나 현행판이나 마찬가지란 뜻이다. 후쇼사판은 일본 우익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이 지원해 만든다. 2001년판의 채택률은 0.039%로 미미했으며, 개정판은 현재 일본 문부성의 검정을 받고 있다. 다음달 검정 결과가 나온다.

4일 고구려연구재단 주최로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의 학술대회에 참석한 마쓰모토 교수는 "교과서 채택 절차가 후쇼사판에 유리한 쪽으로 일부 개정됐기 때문에 후쇼사판 채택률이 2001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일본에도 역사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후쇼사판 교과서 개정본의 내용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2001년 때와는 달라진 제도 때문이다. 2001년엔 검정 과정부터 신청본(백표지본)이 공개돼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은폐.미화한 내용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검정 확정 전에 비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 문부성은 2002년 8월 '정밀한 검정 환경의 확보'라는 명분으로 검정 신청본을 일절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또 학부형이나 시민단체가 교육위원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일을 불법화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하종문(한신대 일본사) 교수는 "이같은 제도 개정은 새역모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내용과 부합한다"며 "북한의 이른바 '납치 사건' 폭로 이후 일본의 우경화 추세가 심각해 지는 등으로 보아 새역모에게 2001년과 같은 참패를 안겨주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역사교육연구회(회장 정현백)는 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일본역사교과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시각과 공동대응 방안'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연다. 여기서 일본 에히메(愛媛)대학의 곤노 히데하루(今野日出晴) 교수는 '역사교과서의 현재'란 글을 통해 후쇼사판 개정본의 서술 방향을 소개할 예정이다. 곤노 교수의 논문은 새역모 기관지인 '사(史)'에 지난해 7월 실렸던 '개정판 새로운 역사교과서의 7개 포인트'란 글(중앙일보 2004년 8월 13일자 14면 참조)을 분석한 것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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