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지식인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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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식인의 두 얼굴
폴 존슨 지음, 윤철희 옮김
을유문화사, 672쪽, 2만원

서양 교육학의 고전이 된 '에밀'의 저자인 프랑스 철학자 루소는 자신의 사생아 4명을, 낳자 마자 고아원 앞에 버렸다. 자본가들의 노동자 착취를 고발한 마르크스는 동전 한 닢 주지 않은 채 45년간 하녀를 부렸다. 톨스토이는 사창가에 드나들면서도 여성과의 교제가 사회악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저명한 언론가인 저자는 인류 지성사에 큰 자취를 남긴 이들의 위선과 허위, 이중성을 이처럼 여지없이 고발한다. 얼마나 진리를 존중했으며 과연 개인 생활에서도 똑같았는가, 물질적 이익 앞에 그들의 철학은 어떻게 왜곡됐는가, 배우자와 자식들은 어떻게 대했는가 등의 잣대를 대고 영광과 명성 뒤에 가려진 추악한 이면을 드러낸다.

때문에 저자의 보수적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 세상은 보이는 것과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또 고위 공직자 임명 때면 온갖 추문으로 시끄러운 우리 사회도 '별난 곳은 아니구나'하는 위안을 얻는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1990년대 나왔다 절판된 책의 완역본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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