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사업 주도권 누구 손에 있나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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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과 삼성물산.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투자자다. 코레일은 땅 주인이고, 삼성물산은 2007년 사업자 공모 때 컨소시엄을 주도한 컨소시엄 주관사였고, 현재는 17개 건설 투자자의 대표회사다.

그런데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코레일은 19일 6.4% 밖에 없는 삼성물산을 콕 찍어 이 사업의 주관사이니 사업이 이렇게 된 데 대한 책임을 지라고 압박했다. 지급보증을 하지 않을 것이면 사업에서 손을 떼라는 요구다.

코레일은 사업 의지가 없는 삼성물산이 이 사업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이 사업이 이렇게 파행을 겪고 있다고 본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사업의 인ㆍ허가 등 실질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주)이 바로 삼성물산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누구 말이 맞는가

자본금 30억원의 이 AMC는 이를 테면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투자한 공공ㆍ민간 30개 사가 모여 만든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이하 드림허브)의 하청 업체다. 드림허브는 의결기구인 이사회만 있는 명목상의 회사이고, 개발ㆍ계획ㆍ분양 등 사업의 실질적인 진행을 바로 AMC인 용산역세권개발(주)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AMC의 지분 41.5%가 삼성물산 소유고, 대표이사를 비롯해 적지 않은 임ㆍ직원이 삼성물산 측 인사다. 결국 삼성물산이 AMC의 경영권을 갖고 있으므로 이 사업의 주관사라는 게 코레일의 주장이다.

이에 삼성물산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AMC는 결정권이 없는 단순한 드림허브의 하청업체라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AMC는 드림허브의 이사회의 결정과 지시를 이행하는 용역 업체로, 드림허브는 코레일이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라며 “드림허브 이사 10명 중 3명도 코레일 측 인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AMC는 무엇을 하든 드림허브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 또 코레일 역시 삼성물산과 비슷한 숫자의 임ㆍ직원을 AMC에 파견했다. 그러니 삼성물산의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니다. 결정권이 없으니 경영권을 갖고 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삼성물산 힘 빼겠다”

그렇다면 코레일이 헛다리를 짚은 것일까? AMC의 한 인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코레일의 주장도 맞다는 것이다. 우선 AMC에 파견된 삼성물산과 코레일 직원은 숫자는 비슷해도 하는 일은 다르다.

AMC의 한 인사는 “코레일 직원들은 대개 인ㆍ허가 등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반면 삼성물산 측 인사들은 개발사업의 핵심인 개발계획ㆍ엔지니어링 분야의 수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삼성물산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드림허브에 최종 결정권이 있다고 해도 밑그림 자체가 삼성물산 측이 원하는 방향인데 그걸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바꿀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큰 틀에서는 삼성물산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래서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AMC의 경영권을 뺏어 삼성물산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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