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이트너, 20개국에 또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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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편지 외교’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얘기다. 가이트너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공식 개막을 앞둔 20일 G20 회원국 정부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향후 몇 년간 대외수지 불균형을 국내총생산(GDP)의 특정 비율(4%) 이하로 줄이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는 앞서 6월 부산에서 열린 같은 회의를 앞두고도 편지를 보냈다.

 가이트너는 이번 편지에서 “G20 회원국 중에 현저한 무역적자를 기록 중인 국가는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저축률을 늘려야 하고, 반대로 무역흑자국들은 내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재정·환율정책을 써서 글로벌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각 국가의 ‘나 홀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다른 G20 국가의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율에 대한 주장도 펼쳤다. 그는 “G20 국가들은 경쟁 우위를 얻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거나 통화가치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삼가야 한다”고 했다. 특히 통화가 저평가됐고 외환보유액이 많은 G20 신흥국은 시간을 두고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 환율이 완전하게(fully) 조정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이트너는 환율과 관련해 이런 합의를 하고 이행하려면 국제통화기금(IMF)의 정책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가 반기 보고서를 발표해 각 국가가 합의를 제대로 지키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이트너는 이러한 세 가지 합의를 바탕으로 쿼터 재조정 등 IMF의 지배구조 개혁을 하자고 제안했다. 한국 등 신흥국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IMF 쿼터 재조정과 환율 문제를 사실상 패키지로 연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신흥국의 IMF 개혁 요구를 ‘포부가 큰(ambitious)’이라는 형용사를 써서 표현했다. 신흥국이 IMF 개혁에서 많이 얻어 내려면 환율 부분에선 많이 내줘야 한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다.

  경주=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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