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e세상은 지금] 커피내기 카트 한판 어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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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스포츠'가 뜨고 있다. 온-스포츠는 말 그대로 온라인에서 즐기는 스포츠 게임.

스포츠 특유의 박진감이 온라인의 쌍방향성.실시간성과 만나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 선두주자는 레이싱과 골프, 그리고 농구 게임.

게임의 이용자는 올 초 1500만 명을 넘어섰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네티즌들을 유혹하며 '국민 게임'의 칭호에 도전하는 온-스포츠의 매력에 빠져보자!

"운전할 때 약삭빠르게 추월하는 차를 보면 '물풍선만 있었어도…'하고 부르르 떨죠."

"저는 신호에 걸렸다 출발할 때 혼자 '뚜, 뚜, 뚜, 뚜~!'하면서 나가기도 하는걸요."

지난달 28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사무실. '카트 라이더' 얘기가 나오자 웹 에이전시 제오젠의 직원들은 저마다 '중독 증세'를 앞다퉈 털어놨다. 실내는 순식간에 웃음바다. 카트 라이더는 대표적인 온-스포츠 레이싱 게임이다. 최근 젊은 직장인 사이에선 "카트 안 하면 '(왕)따 당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큰 인기다. 물풍선은 레이스 중에 먹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앞서가는 차에 맞혀 잠시 멈추게 할 수 있다. '뚜, 뚜…'하는 소리는 카트 라이더가 시작될 때 나는 음향효과다.

정보통신 업체답게 제오젠 직원 50여 명은 대부분 카트를 즐긴다. 특히 매니어가 많은 부서는 디자인팀. 팀원인 김수민(29)씨가 6개월 전쯤 가장 먼저 카트를 시작한 뒤 동료들을 끌어들였단다. 지금은 팀원 6명 중 5명이 함께 레이싱을 즐긴다. 게임을 즐기는 때는 주로 점심시간. "식후 졸음을 쫓는 데는 카트 만한 게 없다"는 것이 모두의 주장이다. 일주일 중 절반은 해야 하는 야근도 카트하기에 좋은 시간. 이들은 서로를 '친구'로 등록해 놓고, 틈틈이 레이싱을 즐긴다. 한번 시작하면 3~4경기는 기본. 그래봤자 걸리는 시간은 10분 안팎이다.

온-스포츠의 최대 장점은 여성들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는 것. 기존의 온라인 게임들처럼 복잡하지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아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여성들도 쉽게 빠져든다. 이 회사 기획실에 근무하는 전영선(30) 디자인팀장과 기획실의 이희영(27)씨가 바로 이런 경우. '스타 크래프트'도 남자 동료들 등쌀에 배우긴 했지만 별로 즐긴 편은 아니었다는 이들은 "온-스포츠는 스스로 시작해 재미있게 즐긴다"고 입을 모은다. 이씨는 지난 일요일 집에서 회사의 남자 후배 두 명을 온라인으로 불러내 카트를 했는데, 당당하게 이겼다고 자랑했다. 얼굴이 벌겋게 된 후배들은 "선배 예우 차원에서 일부러 져드렸다"고 주장하지만.

팀장까지 즐긴다지만, 역시 회사에서 게임을 하려니 눈치가 좀 보이긴 할 터. 정규 근무시간이 아니더라도, 주어진 휴식시간이라도 신경쓰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남몰래 게임을 즐기는 '노하우'도 있다. 김수민씨의 방법은 'Alt'랑 'Tab'을 동시에 누르는 것. 그러면 순식간에 다른 창이 떠 게임을 가린단다. 같은 팀 이상운(29)씨는 "F11을 눌러 게임 화면을 작게 줄인다"고 자랑스레 소개하다 "아! 사장님이 아시면 안 되는데…"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온-스포츠에 대해 '사장님'들이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지나치게 빠지지만 않으면 개개인의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뿐만 아니라 팀워크를 다지는 데도 좋기 때문.

제오젠 직원들도 한결같이 "온종일 앉아 있는 사무직에게 2분 남짓이면 즐길 수 있는 온-스포츠는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한 편이 돼서 팀 레이싱을 하고 나면 동료들이 '전우'로 느껴지면서 더 친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 '팀킬(실수로 같은 팀을 공격하는 행위)'을 하면 오히려 사무실 분위기가 얼어붙을 수 있으므로 주의!

글=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디자인=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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