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막혀 속타는데 … 서울시의회 싸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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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치인 싸움에 주민들의 편익은 뒷전인 곳이 있다. 서울~인천을 연결하는 제물포길 지하화 사업 얘기다.

 제물포길 지하화는 서울 양천구 신월IC에서 여의대로까지 9.7㎞ 구간에 왕복 4차로, 길이 7.62㎞의 지하터널을 만드는 사업이다. 현재 왕복 10차로인 제물포길은 하루 13만7000대의 차량이 이용한다. 이 가운데 9만 대가량이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가운데 4차선을 이용하지만 목동교·영등포 등 5~6곳에서 신호에 걸리고 갓길 6차로 차량과 섞이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어 평균 시속이 17㎞에 그친다. 서울시는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지하터널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신월IC부터 올림픽대로와 여의대로까지 곧장 터널로 연결한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터널을 만들고 나면 지상 10차로 가운데 6개 차로만 사용하고 양옆 2개 차로씩 4개 차로에는 녹지공간, 공원, 자전거 도로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20일 오후 4시 제물포길 목동교 지점에 여의도에서 인천 방향으로 나가려는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교통 체증을 빚고 있다. 아래는 제물포길 4차로를 터널로 만들고 상부는 공원으로 꾸민 제물포길 지하화 사업 조감도. [양천구 제공]

 이 사업은 5월 서울시 재정계획 심의를 통과하고 6월에는 기획재정부의 민간투자심의를 통과해 서울시의회의 동의만 받으면 연내에 사업이 착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건설위는 이 사업에 대한 동의 안건 상정을 보류하고 있다. 건설위 이명영(민주·양천4) 시의원은 “왕복 4차로는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없어 6차로로 늘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데 지역 시의원들과 건설위 의원들이 의견을 함께했다”고 보류 이유를 밝혔다. 양천구 시의원은 4명으로 이 가운데 허광태 시의회의장을 포함한 3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시의원들이 발목잡기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천 을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김용태 국회의원은 “지난해 KDI 연구에서 4차선 터널로 평균 시속 64㎞가 나온다는 결과가 나왔다. “차로를 늘리면 공사비가 크게 늘어 민간 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에 민주당 시의원들의 주장은 결국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모두 5500억원으로 서울시가 85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민간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6차선으로 늘릴 경우 추가 소요되는 사업비는 1100억원이다.

  서울시는 난감해하고 있다. 고인석 시설안전기획관은 “재정 건전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많은 사업을 정리했지만 이 사업은 꼭 필요해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며 “서울시는 4차선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의회가 동의안을 상정해주기 전에는 일을 시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학 양천구청장은 “주민들은 4차로든 6차로든 여야가 조속히 의견을 모아 체증을 해소하고 거주 여건을 개선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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